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 유치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는 정부 예측과 크게 달랐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총 165표 중 119표를 획득해 개최지로 확정됐고, 부산은 29표에 그쳤다. 부산이 리야드를 거의 추격했고, 2차 결선투표에선 대역전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높았던 터라 부산 시민을 비롯한 국민이 느낀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한 것은 책임 있는 태도다.

부산보다 1년 앞서 유치전에 뛰어든 리야드를 추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주요 기업이 민관 합동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총력을 다했지만 10조원 이상을 유치전에 쏟아부은 사우디 오일머니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장은 아쉬움이 크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유치전에서 얻은 게 많다. 무엇보다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과 구축한 네트워크는 잘 살려 나가야 할 소중한 외교 자산이다. 윤 대통령만 해도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다. 상호 관심사를 계속 발전시켜 가는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알린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경제적으로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세계 각국 지도자와 만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 것 역시 유치 활동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할 만하다.

엑스포 유치가 불발한 것은 쓰라리지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개최한 올림픽 등 메가이벤트를 단박에 유치한 적이 있었던가. 박형준 부산시장은 다음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인한다면 2035년 엑스포는 중국의 상하이와 맞붙을 공산이 크다. 장기적 안목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유치 노력 전반에 대한 세밀한 복기도 필요하다. 엑스포와 같은 메가이벤트는 정확한 판세 분석이 이뤄져야 적절한 대응이 나오고, 유치에 성공할 수 있다. 아울러 외교력, 정보력에서 부족함은 없었는지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렇게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