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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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가 다음달 단행 예정이던 주요 제품 편의점 가격 인상안을 철회했다. 정부의 물가 관리로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가격을 반영하려던 시도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오뚜기 "편의점 판매제품 24종 가격 인상 결정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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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다음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24종의 가격 인상안을 추진했으나 결국 현행대로 가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카레와 케첩 등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오뚜기는 지난해부터 누적된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올해까지 이어진 점을 들어 다음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24종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24종 중에는 오뚜기가 1위를 지키고 있는 케첩과 분말 카레 등이 포함돼 있었다. 대부분 제품 가격이 10% 안팎 인상될 계획이었고, 가정간편식(HMR) 중 3분 미트볼의 경우 가격이 17.9% 조정될 예정이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가격 인상 철회 방침에 대해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속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민생안정에 동참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우유협동조합 역시 이달 초 생크림과 휘핑크림, 연유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전방위 먹거리 물가 상승 부담 이어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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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주류업계에서 '서민의 술'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이 단행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9일부터 소주 시장 1위 제품인 참이슬, 진로와 맥주 테라 등 일부제품 출고가를 인상했다. 참이슬의 경우 후레쉬와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올렸다. 인상 대상은 360mL 병 제품과 1.8L 미만 페트류 제품이다. 테라, 켈리 등 맥주 제품 출고가는 평균 6.8%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맥주 시장 1위 오비맥주도 지난달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올린 바 있다. 1위 브랜드 카스 500mL 캔 제품 가격은 유지하되 이를 제외한 캔 제품과 식당에서 판매하는 업소용 500mL 병 제품에 대해 1년7개월 만에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자 정부는 최근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며 물가 관리에 한창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빵·우유 등 28개 먹거리의 물가 관리 전담자를 지정해 물가 관리 강화에 나섰으나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억제한 원가 상승분 반영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일례로 소주의 경우 주원료인 주정(에탄올)을 비롯한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연초부터 주정이 10.6%, 신병은 21.6% 인상되는 등 원·부자재 가격이 올랐고, 물류비와 제조경비 등 전방위적으로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발맞추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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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상 기후 여파로 작황이 부진한 일부 채소와 과일 가격도 치솟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사과 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보다 72.4% 치솟았고, 복숭아(47%), 딸기(37.5%) 등의 몸값도 큰 폭으로 뛰었다. 채소 중에서는 상추(40.7%), 풋고추(23.8%), 시금치(16.6%), 양배추(15%), 고구마(12.4%), 오이(10.9%) 등 가격이 10% 넘게 올랐다.

그 결과, 일부 육류의 경우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소비자 가격은 하락했지만 외식 물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고기와 함께 고객에게 내주는 채소와 인건비 상승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인기 외식 메뉴인 돼지고기 삼겹살의 경우 소비자 가격은 소폭 내렸지만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국 삼겹살 소매 판매 가격(200g 기준)은 26일 기준 5334원으로 1년 전(5088원)보다 5% 가까이 하락했다. 서울 평균 소매가 역시 1년 전(5326원)보다 2.1% 내린 5216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외식 삼겹살 200g 가격은 1만9253원으로 2%가량 상승했다.

외식 사업자용 식자재 구매 애플리케이션(앱) '식봄'의 장재훈 상품기획자(MD)는 "최근 1년8개월의 흐름을 보면 (식자제 가격이) 상승 추세인 건 틀림없다"며 "손님 눈치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음식값을 올린 식당 사장의 어깨가 계속 무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