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약시장에서 입지가 좋고 개발 호재가 있더라도 분양가가 비싸면 수요자가 외면한다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다. 조합이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남겨두는 보류지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권 등 핵심지역에서 나오는 보류지 물량의 가격이 높아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는 지난 20일 남아 있는 보류지 16가구에 대한 3차 매각 공고를 냈다. 전용면적 84㎡ 매각가액은 37억5000만~38억원이다. 지난 9월만 해도 전용 84㎡ 입찰 기준가는 39억5000만원에서 41억원 사이였다. 조합이 몸값을 2억~3억원가량 낮춘 셈이다. 시세 대비 높은 가격에 보류지가 나오자 유찰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8~9월 이 단지 전용 84㎡ 중층 물건의 실거래가는 38억~39억원대였다.

조합이 가격 할인에 나서면서 이번엔 보류지 물량을 다 털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용 185㎡는 126억원에서 101억원으로 25억원 떨어졌다.

은평구 응암동 ‘e편한세상 백련산’(응암4구역 재건축)도 최근 보류지 가격을 내렸다. 9월만 해도 전용 84㎡ 최저입찰가는 9억2500만원이었다. 지난달 8억3500만원으로 9000만원 낮췄다. 지난달 이 아파트 전용 84㎡가 8억5000만원에 손바뀜한 것을 고려하면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도 보류지 판매에 실패했다.

보류지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소송이나 조합원 수 등이 달라질 것에 대비해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을 뜻한다.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남길 수 있다. 최근 보류지 매물이 아직 “비싸다”고 평가받고 있긴 하다. 그러나 보류지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가점이 낮은 수요자와 다주택자도 입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청약처럼 추첨을 거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동·호수에 바로 입찰을 넣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청약에 비해 자금을 확보하는 기간이 짧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보류지 매각도 청약처럼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의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보류지 매각은 대부분 입주를 앞둔 시점에 진행돼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예컨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보류지 납부 일정은 중도금(30%)이 입찰 후 15일 이내, 잔금(60%)은 입주 지정일이었다. 보류지 매각 공고는 서울시 정비사업 포털인 ‘정비사업 정보몽땅’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