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생활 46년' 김창완 "매일 어제의 제가 아니길 바랍니다" [종합]
가수 김창완이 신곡 '나는 지구인이다'를 통해 또 한번 세대를 초월한 소통에 나선다.

김창완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앨범은 2020년 발표한 '문(門)'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독집앨범으로, 40년 전 김창완이 서른 살 되기 직전 발표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이다. 40년의 세월을 건너 일흔을 앞둔 그의 깊어진 통찰과 원숙함이 짙은 여운을 선사할 전망이다.

'나는 지구인이다'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포함해 총 13곡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외에 12곡은 기존에 발표했던 '둘이서', '누나야', '식어버린 차'를 비롯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과 동요풍 멜로디와 가사의 '이쁜 게 좋아요' 등으로 김창완이 연주하는 기타와 그의 목소리로 어쿠스틱하게 전개된다.

타이틀곡 '나는 지구인이다'는 하나뿐인 지구에서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을 찬미하는 노래다. 장르는 그간 김창완이 해왔던 직선적인 록이나 소박한 포크 형태 대신 전자음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복고풍 정서를 담은 신스팝이다. 은근하지만 강한 중독성을 지닌 김창완의 목소리와 김창완밴드의 키보디스트 이상훈이 들려주는 키보드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날 김창완은 "가수 생활을 꽤 오래 했는데 너무 동어 반복하는 게 아닌가, 또 내가 만든 말에 내가 갇혀 사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그러면서 무언가 좀 변화된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슨 방법이 있겠냐"라면서 "간간이 곡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사실 요즘 K팝 열풍이라고 해도 우리 같은 가수들한테는 희미한 무대 조명도 잘 안 비친다. 요즘 세상이 험한데 뮤지션으로 무력감도 느끼고, 나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던 와중에 제목 그대로 환경 문제도 있고, 전쟁 등 실시간으로 소식이 오는 게 잔인하기까지 하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 환경에서 무력감과 함께 심지어 죄책감도 들더라. 형편없더라. 그러다 문득 어느 날 새벽에 '아, 내가 여기서 태어났지'라는 생각이 떠오르더라. 그 주제를 물고 며칠을 지냈다"고 전했다.

서초동 자택에서 팔당대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곡을 구상했다는 김창완이었다. 머릿속에는 '나는 지구인이다. 지구에서 태어났다. 지구에서 자라나고 여기서 어슬렁댄다'라는 딱 네 마디만 있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지구인으로서 이 어슬렁거리는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또 거기를 걷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이냐는 걸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생활 46년' 김창완 "매일 어제의 제가 아니길 바랍니다" [종합]
김창완은 1977년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장이', '찻잔', '가지마오', '청춘', '회상', '너의 의미',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긴 산울림을 이끌었다. 2008년 결성한 김창완밴드의 리더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전설'로 통한다.

음악 활동을 한 지 만 46년째가 된 올해도 그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파주 포크 페스티벌 등의 무대에 서며 젊은 층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제2의 전성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창완은 "매일 어제의 내가 아니길 바란다. 일신우일신의 자세로 살고 있는데 마음만 그렇지 구태를 벗어던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지구인이다'를 만들 때만 해도 '내가 무엇을 더 내려놓아야 노래가 나올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에도 열려 있었다. 김창완은 "나이 든 사람들한테 할 얘기는 없다"며 웃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자유를 외치면서 커왔는데 그런데도 내가 얼마나 갇혀 있는 사람인지 잘 안다. 얼마나 고집스럽고, 폐쇄적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에 비해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굉장히 양심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고, 시야도 더 넓고, 컴퓨터도 잘 만진다. 젊은 세대에게 정말로 고맙다. 얄팍한 경험에 비추어 감히 조언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40년 전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감히 고등어를 가사로 넣을 만큼 용감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늘 초조하다. 용감함이 없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만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빠른 작업 시간'이라고 했다. 그 안에는 김창완의 음악적 철학이 녹아있었다.

"음악은 사라지는 거잖아요. 제가 아까 부른 노래도 다 없어졌죠. 음악이 왜 좋냐고 하면 요즘은 주저 없이 '사라져서 좋습니다'라고 해요. 이것처럼 명징한 아름다움이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그 사라짐을 담기 위해 여러 번 오버 더빙하면 사라지는 것들이 자꾸 벽돌처럼 박혀요. 요즘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귀에서 서걱거리는 음악들이 참 많답니다. 전 그게 싫어요."

이날 현장에서 그는 기타를 들고 직접 다수의 곡을 라이브로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나는 지구인이다'는 오는 24일 발매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