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년 가까이 계속되는 기록적인 엔저(低) 흐름이 내년 상반기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가 낳은 일본 경제의 두 가지 왜곡 현상(실질임금 감소, 수출입 물가 역전)이 해소되고 있어서다.

내년 상반기 美·日 통화정책 전환

역대급 엔저…"내년 상반기에는 끝난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1.14% 오른 149.64엔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 엔화 가치는 151엔 후반대에서 움직였다. 1990년 기록한 151.94엔에 근접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미·일 금리차는 엔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1월까지 연 0.25%였던 금리를 올 7월 연 5.50%까지 급격히 올리면서 미·일 기준금리차는 5.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장기 금리차도 4%포인트 안팎까지 확대됐다.

금리 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내년 상반기 두 나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Fed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본은행은 2016년 2월부터 단기 기준금리를 연 -0.1%로 유지해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11월 외환시장 조사에서 일본은행이 내년 4월 기준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금융시장 전문가 비율은 32%에 달했다.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일본은행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서려면 코로나19가 낳은 두 가지 왜곡 현상이 해소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실질임금 감소와 수출입 물가 역전 현상이 그것이다.

코로나19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글로벌 인플레 여파로 일본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임금 인상률을 웃도는 실질임금 감소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9월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2.4% 줄어 18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 같은 실질임금 감소 때문에 일본의 내수경기는 부진하고, 이로 인해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내년 임금인상률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 실질임금이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

Fed 금융긴축 없이 엔高 없다

코로나19가 낳은 두 번째 왜곡은 수출입 물가 역전이다. 일본의 수입 물가는 2021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년간 수출 물가를 웃돌았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소비가 급격히 늘어날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수입 물가 상승 속도가 일본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수출 가격에 반영하는 속도를 웃돌자 엔화 가치 하락이 경제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나쁜 엔저’가 계속됐다. 하지만 수출입 물가 역전은 국제 유가 안정과 일본 기업들의 수출가격 인상으로 지난 4월 이후 해소됐다.

‘엔저 마무리’의 대전제는 Fed의 금리 인하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해도 Fed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두 나라 사이에는 여전히 4~5%포인트의 금리 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내년 상반기부터 동시에 통화정책을 전환한다는 전제 아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2024년 상반기 140~150엔, 하반기에는 130~140엔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후카야 고지 마켓리스크어드바이저리 외환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가파르게 냉각하면 엔화 가치는 전문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