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타이타닉'의 그 손바닥, 지금 봐도 선정적인가요?
올해 극장가 특징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한국 대작 영화의 흥행 부진,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세, 그리고 재개봉 영화의 두각이다. 팬데믹 이후 극장 수요 감소와 흥행작 부재 틈새에서 옛 명작들이 재개봉하는 것은 눈여겨볼 경향 중 하나다.

재개봉은 우리가 사랑한 감독과 배우, 그리고 그 영화를 처음 본 과거의 감동을 떠올리게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대형 TV로 집에서도 높은 퀄리티의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시대에, 옛날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보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올해 재개봉작은 ‘자전거 도둑’(1948), ‘줄 앤 짐’(1961) 등 화질이 개선된 고전을 비롯해 장국영 20주기를 기념한 ‘해피투게더’(1997)처럼 특정 감독이나 배우를 기리는 경우가 많았다. 올 연말까지 ‘조커’(2019)와 ‘만추’(2011) 등 여러 편의 리마스터링 버전 재개봉작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재개봉작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영화는 역시 ‘타이타닉’이다.

‘타이타닉’은 벌써 세 번째 재개봉이다. 1998년 한국 관객에게 처음 선보인 이 영화는 2012년 아이맥스 3D(3차원)로 재개봉했고, 2019년 다시 개봉했으며, 올해 4K 3D 버전이 개봉 25주년 기념으로 다시 극장에 올랐다. 5년마다 극장에서 만나는 명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놀라운 것은 세 번째로 재개봉한 올해 ‘타이타닉’이 3D 상영이라는 극장 환경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약 4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이다.

‘타이타닉’에는 많은 명장면이 있다. 주인공 ‘잭’(리어나도 디캐프리오)과 ‘로즈’(케이트 윈즐릿)가 타이타닉호의 맨 앞 난간에서 팔을 벌리며 대양을 마주하는 장면, 침몰하는 배 위에서 각자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 수직으로 하강하는 배에 매달린 사람들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억에 남은 장면이 많다.

알다시피, 모든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하기 전 영화 관람 등급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재개봉작은 어떠한가? 최초 상영 시 관람 등급을 받았더라도 리마스터링처럼 영화의 장면을 일부 수정했거나, 3D나 스크린X처럼 상영 환경이 다른 경우 재개봉작은 영화 관람 등급을 다시 받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등급 분류를 하면 같은 영화라도 최초 개봉과 재개봉 시 관람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수용성 측면과 상영 형식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유해성의 강도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이타닉’은 어떠한가. 이 영화에는 남녀 주인공의 성행위를 간접적으로 묘사한 유명한 장면이 있다. 습기로 뿌연 유리창을 손바닥으로 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다소 높은 표현 수위의 선정성이 이 영화 관람 등급 결정의 핵심 요인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올해 재개봉을 위한 3D 버전을 확인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선정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핵심은 침몰하는 배, 수직으로 상승한 배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들,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 수백 명의 사람을 포착한 장면이 만드는 공포감이었다. 고화질 3D 영화가 거대한 배의 침몰을 보여주니 인물의 긴장감과 두려움이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은 최초 개봉부터 세 번의 재개봉까지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핵심 유해 요소는 조금씩 다르다. 미성년 자녀와 재개봉 영화를 보러 간다면, 이런 점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