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인 서울'의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의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동욱과 연애 세포 진단을 했는데 연애 세포가 다 죽어있었더라고요. 로맨스 영화 주인공 맞냐고 하더라고요. '싱글 인 서울'은 사랑스럽고 따뜻한 영화에요. 연애 세포가 다시 살아날 것 같은 느낌이죠."

배우 임수정은 영화 '싱글 인 서울'에 대해 "사랑스럽고 따뜻한 영화"라며 이같이 밝혔다.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임수정은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느낌이 확 왔다"며 영화를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1인 가구도 많고 어떤 형태로든 싱글들은 많은 시기"라며 "영화엔 다양한 형태의 싱글들이 많이 나오는데 모든 캐릭터가 다 귀엽다"며 작품에 대해 자신했다.

'싱글 인 서울'은 혼자가 좋은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임수정은 출판에는 진심이나 일상이나 연애에 대해서는 무지한 좌충우돌 캐릭터 현진을 연기했다.

"극 중 영호는 '혼자 살지 않는 자 유죄'라는 이야기해요. 그게 자연스럽고 멋있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저는 영호처럼 고깃집 가서 혼자 고기 먹는 단계까진 못됐지만, 카페 같은 곳에서 브런치 같은 혼밥은 가능해요. '함께여도 좋지만 혼자도 즐거워'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공감이 갔어요."

이동욱과는 과거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이하 검블유)'를 통해 전 연인의 역으로 깜짝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연출을 맡은 박범수 감독은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비주얼을 보고 캐스팅했다는 후문. 임수정은 이동욱에 대해 "단연코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검블유' 때 특별출연을 해 주셨는데 잠깐 맞춰봤는데도 이 배우가 베테랑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진짜 연기 스펙트럼이 넓더라고요. 액션,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장르부터 인간계와 비 인간계를 넘나들며 저승사자, 구미호도 했죠. 유연한 배우구나 생각했어요."

임수정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부터 영화 '새드 무비'(2005), '전우치'(2009), '김종욱 찾기'(2010),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등의 작품에서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로맨스 장인'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제가 로맨스, 멜로 장르를 꽤 했더라고요. 너무 훌륭한 상대 배우들과도 함께했죠. 소지섭, 공유, 현빈, 강동원, 더 어릴 땐 정우성 오빠와도 커플 연기를 했어요. 약간의 결은 다르지만, 황정민, 류승룡 오빠도 있고요. (웃음) 이번에 이동욱까지, 상대 배우들과 함께했기에 '로맨스 장인'과 같은 타이틀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 운이 좋았어요. 제 덕은 별로 없었죠."

임수정은 이번 작품에서도 일반 로맨스 영화 여주인공과는 다른 뽀글뽀글한 머리, 평범한 의상을 선보였다. 그러나 대체 불가한 사랑스러움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그는 자신의 매력에 대해 "어떠한 캐릭터를 입어도 이질감이 안 느껴지고 잘 붙는다는 점?"이라며 "그들이 너무 진하고 아름다운 피지컬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인 제가 잘 흡수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극 중 현진은 짝사랑 상대의 마음을 혼자 착각해 '여자는 직진'이라며 얼토당토않은 문자를 보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임수정은 "현진과 달리 저는 눈치채지 못하게 시그널을 보내는 편"이라며 연애 스타일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비혼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결혼을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털어놨다.

"친구 중에 어릴 때부터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꿈을 가진 친구들이 있어요.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이 없었다고 하죠. 언젠가는 누군가와 살고 싶긴 해요. 독거하고 싶지는 않아요. 자연스럽게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는 '자만추'를 추구하다 보니 만남 자체가 쉽지 않다며 귀엽게 낙담했다. "사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타입이 아니라 연애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 혼자 잘 지내야지 해요. 마음이 조급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나랑 맞는 사람을 잘 만나야지 그런 생각만 해요. 제가 집순이라 온종일 집에 있는데 '자만추'를 어떻게 해야 하지 싶긴 해요. 하하"

임수정은 장문의 대사를 만나도 '말맛'을 잘 살리는 배우로도 꼽힌다. "평소엔 말이 좀 느린 편인데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부터 말할 때 좀 빨라진 것 같아요. 제 칭찬을 하자면, 감독님들이 '그런데도 딕션이 흐려지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도 해주세요. 캐릭터에 순간 몰입하는 부분도 있지만 상대 배역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해요. 현장에서 상대의 호흡을 흡수하며 감정적으로 더 느끼고 연기하는 것 같아요."
'싱글 인 서울'의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의 임수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는 최근 소속사 없이 활동 중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최근 출연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선 출연료 조율도 셀프로 해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퀴즈' 출연료는 너스레로 그렇게 말했는데 정해져 있는 출연료가 있었어요. 정해진 대로 받았죠. 오늘도 택시를 타고 왔어요. 박은빈 씨가 광고해서인지 안정감이 팍 들더라고요. (웃음)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건 불편한 것투성이인데 개인적인 시간을 더 보내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어요. 현재 촬영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해내고 있어요."

임수정은 연기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바로 법인을 차리지 않아도 작은 규모의 영화더라도 작품성이 있거나 하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스크립트 단계에서부터 참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성 독립영화 감독들과 개발 중인 작품 몇 개가 있어요. 제작사의 여성 대표님들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판권을 사서 그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조언해주셨죠. 할리우드 배우 마고 로비의 '바비'도 그렇게 해서 탄생한 거고요. 10년, 20년 안에는 연기와 제작을 병행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에 힘이 된다면 기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의 관심은 여성 서사물이었다. "제가 윤여정 선생님처럼 연기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지만 40대, 50대에도 좋은 연기를 하면서 다른 일들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로맨스 장르의 주인공들은 많이 어려요. '싱글 인 서울'의 매력적인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죠. 로맨스가 그때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30대, 40대, 50대가 되어서도 연애 세포는 죽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 부분에서 훌륭한 외국 로맨스들도 나오고 그런 걸 보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요."

영화계는 아직도 팬데믹을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싱글 인 서울'보다 한 달 앞서 개봉한 '거미집'도 마찬가지였다. "관객 스코어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언젠가 이 영화가 대중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거미집'과 같이 추석 때 개봉한 작품들이 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어렵다는 것을 그때 느꼈죠. 하지만 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다시 찾아주실 거라 믿어요."

공교롭게도 '싱글 인 서울'과 비슷한 시기 황정민, 정우성 주연의 '서울의 봄'이 개봉한다. "'서울의 봄'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같은 서울이긴 하지만 장르가 굉장히 달라요. '오펜하이머', '바비'가 같이 극장에 걸렸을 때 '바벤하이머'라고 하면서 관객들이 바비 분장을 하고 오펜하이머를 보러 가거나 주도적으로 이벤트를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이렇게 다른 장르의 두 영화를 같이 보러 다니면 어떨까 싶어요."

'싱글 인 서울'은 오는 2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