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항 놓고 "킬러문항 아니냐" 논란 일기도
'일반인 데이트 프로그램', '탕후루' 연상 지문 등 이색문항 눈길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정부가 출제 배제 방침을 밝힌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킬러문항 못지않게 풀기 까다로운 고난도 문항도 여럿 존재해 '준킬러문항'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수능] 킬러문항 없었다지만, 못지않게 어려운 '고난도 문항' 여럿(종합)
◇국어 '데이터 이상치 이해'부터 '노자', '훈민정음 용자례' 문항까지
국어에서는 지문 자체는 공교육 수준에서 해석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문제 풀이에 있어서는 답지 선택이 까다로워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있었다.

공통과목인 독서에서는 '데이터에서 결측치와 이상치의 처리 방법'을 소재로 한 과학·기술 지문(8번∼11번)에 달린 10번 문항이 변별력 있는 문제로 꼽혔다.

이 문제는 이상치가 포함된 데이터에서 직선 L을 찾는 기법을 지문에서 읽은 후, 보기에 제시된 직선 L을 찾는 다른 기법과 비교해 풀어야 한다.

'노자'에 대한 학자들의 해석을 다룬 인문 지문(12∼17번)에 포함된 독서 15번 문항도 고난도 문항으로 평가된다.

이 문제는 '도'에 대한 왕안석과 오징의 이해를 바탕으로 문항에 제시된 정보가 어느 인물의 입장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문항이다.

지문에서 왕안석은 '노자'의 도를 만물의 물질적 근원인 기라고 파악하고, 기의 작용에 의해 사물이 형성된다고 봤다.

반면 오징은 노자의 가르침이 공자의 학문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설파했다.

공통과목인 문학에서는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유한준의 '잊음을 논함'을 제재로 한 현대시·고전 수필 복합 지문(22∼27번)의 27번 문제도 까다로운 문제로 뽑혔다.

정끝별 시에서는 가지가 담을 넘는 과정과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유한준의 수필에서는 잊어서는 안 될 것과 잊어도 될 것을 논하고 있다.

27번 문제는 '주체가 대상을 바라보고 사유해 얻은 인식이 드러난다'는 보기의 해석을 참고해 지문에 나온 두 글을 감상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제시문의 이해도가 중요한 문제로 분석된다.

선택과목인 언어와 매체 중에서는 '훈민정음(해례본) 용자례에 제시된 단어'에 대한 글을 바탕으로 출제한 문항(35∼36번)의 35번이 까다로운 문항으로 꼽힌다.

이 지문은 훈민정음 초성자와 중성자, 종성자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형태 변화를 겪는 과정까지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지문에 대한 이해를 묻는데, 지문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풀기 만만찮았을 것이라는 평을 받는다.

[수능] 킬러문항 없었다지만, 못지않게 어려운 '고난도 문항' 여럿(종합)
◇ 수학 22번 문항 놓고 "킬러문항 아니냐" 논란까지
수학 또한 공교육 과정을 벗어나진 않았지만 문제를 풀기에 추론부터 계산까지 각 단계가 까다로운 문항이 존재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학Ⅰ의 15번은 수열의 귀납적 정의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항이다.

문제에서는 수열의 n차 항을 짝수와 홀수로 나눠 제시했으며, 제6항과 제7항의 합이 3이 되도록 하는 첫째항을 모두 구해야 한다.

제6항과 제7항에서 시작해 거꾸로 첫째항을 찾아가야 하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추론해야 한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문제로 꼽혔다.

수학 Ⅱ의 22번은 미분계수의 부호를 고려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그래프의 개형을 추론하는 문제다.

이를 바탕으로 함수식도 구해야 한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22번이 '사실상의 킬러문항'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 수험생은 "이게 킬러가 아니면 뭐가 킬러냐"고 지적했고, 다른 수험생은 "분명 킬러만큼 어려운 건 아닌데, 교묘하게 어려워서 한 번 늪에 빠지면 안 풀리는 문항"이라고 평가했다.

한 입시업체 수학강사은 유튜브를 통해 문제 풀이를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22번 문항 풀이에 20분 이상을 쏟아부으며 진땀을 뺐다.

선택과목 중 확률과 통계 30번은 정규분포와 표준정규분포를 이용해 확률을 계산하는 문항이다.

확률이 최대가 되는 t의 값을 결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이 요구된다.

미적분 28번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방정식의 두 실근 사이의 관계를 통해 평행이동과 확대축소를 통해 식을 추론하고 치환적분으로 계산을 요구하는 종합적인 문항이다.

미적분 30번은 주어진 도함수를 이용해 구간별로 정의된 함수의 그래프를 추론하고, 정적분으로 정의된 함수가 극대 또는 극소가 되는 점의 성질을 파악해야 하는 문항이다.

기하 30번은 평면벡터의 덧셈과 뺄셈을 이용해 주어진 벡터의 크기가 최대인 점의 위치를 찾아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단순한 벡터의 연산이 아니라, 벡터의 크기가 최대가 되는 경우를 파악할 수 있게 식을 변형해 풀어야 한다.

[수능] 킬러문항 없었다지만, 못지않게 어려운 '고난도 문항' 여럿(종합)
◇ '일반인 데이트 프로그램', '탕후루' 나온 지문까지…이색문항 눈길
이번 수능에도 이색문항이 어김없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회탐구 선택과목 '사회·문화' 7번 문제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일반인 데이트 프로그램 형식을 참고한 듯한 지문이 있어 이색 문항으로 꼽혔다.

이 문제는 예능 프로그램 '인연 만들기'의 대본을 소개하고 있는데, 연상 연하 출연진이 나와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들이 나와 있다.

프로그래머, 대학원생, 방송 프로듀서 등이 출연자로 나온다.

'사회·문화' 14번 문제의 경우 최근 유행하는 설탕물을 입힌 과일 막대 사탕 '탕후루'와 0칼로리 탄산음료를 연상하게 하는 지문이 등장했다.

지문에서는 무열량 음료, 막대기에 과일 사탕을 꽂은 디저트 등이 소개됐다.

사회탐구 선택과목 '정치와 법' 1번 문제에서도 미술협회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작품에 대해 갈등을 겪고 있다는 지문이 나왔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미술전에서 AI가 생성한 그림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일련의 사건을 반영하는 듯한 문제로 읽힌다.

이외에 국어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에서 '학교생활 안내 앱의 최초 실행 화면'과 '앱 최초 실행 화면 개선을 위한 학생회 누리 소통망 대화'를 제재로 한 문항(44∼45번)도 눈에 띄었다.

지문에서는 앱을 구현한 휴대전화 화면이 그림으로 등장하며, 학생들은 온라인상에서 앱의 화면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채팅으로 논의한다.

[수능] 킬러문항 없었다지만, 못지않게 어려운 '고난도 문항' 여럿(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