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화장실 이용 불편 호소…시 "비반려인 민원 등 우려"

반려견 인구 1천500만명 시대를 맞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찾는 시민을 위해 공원 내 공중화장실 입구에 반려견 대기소를 설치한 가운데 경기 군포시는 이런 민원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원 화장실 앞 '반려견 대기소' 설치 제안에 군포시 "불가"
14일 군포시 등에 따르면 시가 시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하반기 제안공모에서 '공원 공중화장실 입구에 반려견 대기소 운영' 제안이 지난달 9일 접수됐다.

이 제안을 한 시민은 반려견을 데리고 공원을 산책할 경우 화장실 이용 시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반려견이 대기할 곳이 화장실 주변에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반려견을 데리고 화장실에 들어가거나 화장실 인근 나무에 반려견을 잠시 묶어 놓는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시민은 공중화장실 상황에 따라 화장실 건물 벽을 활용해 부착형 대기소나 화장실 입구 근처에 기둥형 대기소를 설치해 달라고 제안했다.

반려견 대기소를 만들면 반려인들의 공중화장실 이용 불편이 개선되고 군포시를 찾는 타지역 반려인에게 반려견 친화도시 이미지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주장했다.

군포시에서는 반려견 인구가 늘면서 아파트에서 키우는 개에 의한 소음 예방대책을 세워달라거나 공공장소에 반려동물 배변 봉투를 비치해달라는 반려동물 관련 민원은 종종 있었지만, 공중화장실 옆에 반려동물 대기소를 만들어달라는 민원은 올해 들어 처음이었다.

반려동물 대기소를 만든 지자체는 흔치 않다.

서울 양천구가 올해 7월 관내 40곳의 모든 공원 화장실에 설치했고, 전북 부안군이 올해 2월 매창공원과 서림공원에 '반려견 목줄 거치대'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된다.

반려견 대기소 설치 민원을 받은 군포시는 관련 부서에서 고민 끝에 "설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공원 내 공중화장실 앞에 개들이 몰려 있으면 비반려인들이 불편하다고 민원을 제기할 뿐 아니라 묶여 있는 반려견끼리 싸우거나 반려견이 도난당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시 관계자는 "반려견 대기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은 일부 민원"이라며 "설치할 경우 오히려 반대 민원이 들끓을 것으로 예상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공원 화장실 앞 '반려견 대기소' 설치 제안에 군포시 "불가"
그러나 국내 애견단체에서는 반려견 대기소 설치가 필요하며, 그 전제로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배려와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애견연맹 관계자는 "공중화장실 입구에 반려견 대기소를 설치하는 곳이 서울은 많고 일부 지방에서도 생겨나고 있으며, 설치 필요성도 있다"면서 "그러나 대기소로 인해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에게 서로 불편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에티켓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애견협회 박애경 사무총장은 "반려견 목줄을 착용하는 것이 비반려인을 보호하기 위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반려견 대기소도 반려인의 불편을 해소하면서 비반려인을 보호하는 좋은 정책"이라며 "지자체가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설치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