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금리에 물류센터 매매 난항…HDC현산 1000억 채무인수 위기
HDC현대산업개발이 물류센터사업으로 1000억원 이상의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이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물류센터가 공급 과잉과 고금리로 시공사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음달 15일 127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인수해야 한다. 경기 안성 가유지구 물류센터의 책임 준공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9만6016㎡의 대형 물류창고로, 차주인 시행사가 2021년 5월 본PF 대출을 받았다. PF 대주단은 메리츠화재(870억원) 등 선순위 970억원과 한국투자증권(150억원), 하나증권(150억원) 등 후순위 3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가 책임 준공 기한까지 물류센터를 짓지 못하면 PF 채무를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허가 지연 등으로 착공이 미뤄지자 지난해 물류센터의 선매각을 추진했다. 매각 후 리파이낸싱(차환)을 통해 기존 대주단을 교체하고 준공 때까지 PF 만기를 연장해 기한이익상실(EOD)을 막겠다는 구상이었다.

시행사와 HDC현대산업개발은 한 외국계 투자회사와 선매각을 논의했으나 높은 캡레이트(cap rate·자본 환원율)를 요구하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는 다른 투자회사와 선매각을 논의하고 있으며 대주단과 대출 연장도 협의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 계약에 따라 시공사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시공사들이 짓는 물류센터도 비슷한 상황이다. 물류센터 개발 거래는 통상 공사 중 선매각해 계약금을 걸어둔 뒤 준공과 함께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공사비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사업성이 악화했고 EOD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급 과잉까지 겹치며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경기가 꺾이면서 물류센터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며 “물류센터발 PF 연체율이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