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회의장서 차장과 후임자 관련 대화 포착…"사담 나눈 것"
구속영장 4전 4패에 "5번째는 신중히" "윤재남, 이민수 1패씩"
퇴임 앞둔 공수처장 "수락 가능성 높다고 추천할 수도 없고"
임기 만료를 2개월여 앞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여운국 차장과 후임자 인선 문제 등을 문자로 논의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김 처장은 10일 국회 예결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휴대전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여 차장과 이런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여 차장이 "강경구, 호제훈은 저랑 친한데 수락 가능성이 제로입니다.

강영수 원장님도 수락할 것 같지 않습니다"라고 하자 김 처장은 "알겠습니다.

수락 가능성이 높다고 사람 추천할 수도 없고요.

참"이라고 답했다.

김 처장은 또 "검사 출신은 그래도 오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판사 출신은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최근 구성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장은 당연직 3명과 여야 추천위원 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가 5명 이상의 찬성으로 최종 후보군 2명을 정해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한 명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김 처장이 내년 1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후임 처장을 찾기 위한 후보추천위가 최근 구성돼 지난 8일 첫 회의를 연 상태다.

공수처장은 후보 추천위원이 아니어서 추천 과정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

공수처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여 차장도 내년 1월 28일 임기를 마친다.

공수처 관계자는 "후임이 누가 될지가 관심사이다 보니 사담을 나눈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여 차장과 최근 기각된 구속영장에 관해서도 문자를 주고받았다.

여 차장이 "처장님 말씀대로 5번째 영장은 시기를 신중히 고려하겠습니다"라고 하자 김 처장은 "윤재남, 이민수 1패씩으로 그래도 유 부장만 피하면 두 사람은 등등 같다"고 답했다.

지난 8일 감사원 3급 과장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공수처의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일자 다음 영장 청구 시기를 신중히 정하자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윤재남·이민수·유창훈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의 발부 여부를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이다.

윤 부장판사와 이 부장판사가 보임 후 공수처 영장을 한 차례씩 기각했고, 유 부장판사는 아직 공수처 청구 구속영장을 심리한 적이 없다.

유 부장판사의 영장심사가 더 까다롭다고 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퇴임 앞둔 공수처장 "수락 가능성 높다고 추천할 수도 없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