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의 기본' 돼지고기 가격 폭락…中 디플레이션 본격화? [원자재 포커스]
선물 돈육 가격 오르는 중국
디플레이션 본격화하나

세계 최대 돈육 소비국인 중국에서 돈육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돈육 하락세로 인해 오는 9일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는 중국이 디플레이션을 재확인하는 지표를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중국 다롄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생돈 선물은 10월 초 이후 약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1년 전보다 40% 이상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돼지고기 수요 전망 등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돈육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최근 몇년 새 돼지고기 수요 증가에 따라 소규모 농가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소수의 대규모 농가에만 더 많은 생산량을 할당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 사이클을 통제하고자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대규모 농가들의 돈육 생산량이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규모 생산자들은 통상 수요 강세가 돈육 가격을 밀어올릴 때까지 번식용 모돈을 판매하고 사육할 새끼 돼지를 적게 구입해 생산량을 낮춘다. 그러나 중국 새끼 돼지 가격은 1년 전보다 10% 하락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돼지고기 가격의 폭락세에도 불구하고 새끼 돼지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올해 7월 잠시 반등했는데, 이는 가격 방어를 위해 나선 정부 주도의 구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통제 노력과 돈육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무위안, 뉴 호프 등 대규모 상장 양돈 농가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결정해 최근 돼지고기 가격을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양돈 업체인 무위안의 주가는 올해 들어 20% 이상 하락했다. 지난달 경영진이 약 10억위안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지만, 약효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오는 9일 발표되는 10월 지표에서 중국의 디플레이션 양상이 재차 확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안 에반스-프리차드는 "10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며 "주된 이유는 돼지고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식품 인플레이션의 하락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