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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직원이 고객 돈을 빼돌려 본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여러 차례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지만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결국 근본적으로 금융회사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최고경영자(CEO)에 책임을 묻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국회 등이 조속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서울 금천구청지점의 한 직원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고객 공과금 5200만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은 고객으로부터 세금 납부액을 수납한 후 이를 본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사용했다.

최근 은행권에선 횡령 등 내부통제 실패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00억원대 대규모 횡령 사고에 이어 지난 7월에도 가상자산 투자 관련 횡령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BNK경남은행 직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해 약 3000억원(손실액 59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밖에 DGB대구은행에선 직원들이 고객 몰래 증권계좌를 불법 개설한 것이 발각됐고, KB국민은행 직원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30억원에 이르는 부당 이익을 챙긴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은행들이 저마다 사건사고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 내부통제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장기간·반복적인 금융사고에 대해선 CEO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행태에 대해서는 CEO든 최고재무책임자(CFO)든 책임을 지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법에선 대규모 내부통제 실패 시에도 CEO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무'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DLF 사태’ 책임을 두고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는데, 이를 두고 대법원이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징계를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내부통제 실패 책임을 CEO에게 묻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자로 최고경영자(CEO)를 명시하도록 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법을 소관하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지난 7월 4일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질 않았다. 지금처럼 법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내년 총선 이후에야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 경영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횡령 등은 금융부문 전반의 신뢰 문제로 연결될 수 있으니 신속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형교기자 seogy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