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실적에 발목잡힌 증시

실적이 뒤흔드는 시장…알파벳이 발목잡은 미국증시 [나수지의 미나리]
25일(현지시간) 미국증시 오전장에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습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의 낙폭이 1.5%를 넘어섰습니다. 나스닥 지수가 하락한 건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의 영향이 컸습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3분기 실적은 대체로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주당순이익이 1.55달러로 예상치인 1.45달러보다 높았고 매출도 766억달러로 예상치인 759억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전체 매출 증가율이 4개 분기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인 11%를 기록할 정도로 전반적인 실적은 좋았습니다.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유튜브 광고수익도 79억달러로 예상치(78억1000만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문제는 클라우드였습니다. 구글의 3분기 클라우드 수익은 84억달러로 예상치인 86억4000만달러를 밑돌았습니다. 클라우드부문 성장률은 22%로 지난분기 28%보다 낮았습니다. 이는 최근 11개 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실망스러운 성적에 장중한 때 알파벳 주가는 9%이상 급락했습니다.

주가 하락에도 월가 투자은행은 알파벳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알파벳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146달러에서 149달러로 상향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클라우드 수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며 "유튜브 광고 회복세가 강하고 검색시장 성장성도 기대된다"고 목표주가 상향 이유를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매수의견을 반복하고 목표주가를 154달러로 제시하며 "핵심수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AI 관련 투자가 늘어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짚었습니다.

클라우드 호실적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일 실적발표에서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늘어났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이 날 주가가 장중한 때 3%이상 올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분기 주당순이익 2.99달러로 예상치인 2.65달러를 웃돌았고, 매출은 565억달러로 역시 예상치인 545억3000만달러를 웃돌았습니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243억달러로 예상치인 235억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전년동기대비 24% 성장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클라우드 수익의 핵심인 애저는 29% 성장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실적발표 이후 월가 투자은행들은 긍정적인 보고서를 쏟아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400달러에서 450달러로 상향했습니다. 애저의 성장성이 가팔라지고 있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보잉 "올해 항공기 인도량 줄 것"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 보잉도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보잉은 3분기 주당순이익이 3.26달러로 예상치인 2.96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매출은 181억달러로 예상치인 180억1000만달러보다 많았습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보잉 주가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주요 제품인 737기의 올해 인도량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보잉은 원래 737기를 올해 400~450대 인도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실적발표에서 375~400대로 목표치를 낮춰잡았습니다. 최근 보잉이 생산한 737기에서 압력격벽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압력격벽은 비행기 후방부에 설치돼 비행기 내부의 압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잉은 여기에 구멍이 부적절하게 뚫린 상태를 확인하고 결합부를 모두 확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주력제품 인도량 목표치는 낮췄지만 실적 전망치는 유지했습니다. 보잉이 공개한 올해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는 여전히 30억~50억달러 입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