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지난 18일 X에 공개한 FSD 데모 버전의 시연 모습. 모델S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두 손을 뗀 채 자율주행으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내를 달리고 있다. /테슬라 X
테슬라가 지난 18일 X에 공개한 FSD 데모 버전의 시연 모습. 모델S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두 손을 뗀 채 자율주행으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내를 달리고 있다. /테슬라 X
테슬라가 지난 18일 X(옛 트위터)에 공개한 ‘핸즈프리’ 자율주행 영상이 화제다. 이 회사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내 도로에서 자율주행 지원 소프트웨어인 FSD(Full-Self Driving) 데모 버전을 시연하는 5분 길이의 영상을 올렸다.

화면 속 모델S 운전자는 디스플레이의 지도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FSD 기능을 켰다. 그 뒤 두 손을 모두 운전대에서 거뒀다. 두 발 역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에서 뗀 상태였다. 멈춰있던 차량은 스스로 운전대를 왼쪽으로 꺾고 주행을 시작했다.

FSD, 끼어들기도 척척

‘핸즈프리’ 자율주행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모델S는 운전자의 어떤 개입도 없이 도로를 달렸다. 정지 신호등에 정확히 멈췄고 파란불에 다시 움직였다. 좌회전과 차선 변경도 척척 해냈다. 차량 흐름에 맞춰 속도를 높이고 줄였다.

초보 운전자가 쩔쩔맬 만한 끼어들기도 무리 없었다. 시내 도로를 벗어나 고속화도로 램프에도 자연스럽게 진입했다. 5분짜리 영상은 2.5배~50배속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실제 자율주행은 10여분 남짓으로 보인다.
"허경영 운전법이냐"…10분간 두 손 놓고 주행영상 '충격' [테슬람 X랩]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내를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테슬라 모델S.  /테슬라 X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내를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테슬라 모델S. /테슬라 X
테슬라는 시연 차량에서 운전자의 ‘직접 운전 요구’ 기능을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운전대에서 손을 놓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사의 앞선 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지난 8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결을 위해 저커버그 집에 찾아간다”며 자율주행 라이브 방송을 했을 때도 이 기능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머스크는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하며 방송을 진행했다.

현재 일반 테슬라 고객은 ‘직접 운전 요구’ 기능을 끌 수 없다. FSD는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의 주행 보조 옵션이다. 사람이 일정 시간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경고를 보낸다. 이를 무시하면 자율주행 기능이 자동 해제된다. 과거 논란이 됐던 운전 중 음주, 성행위 등 ‘위험한 실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테슬라는 “운전자는 자율주행 중에도 주의를 집중하고 언제든 운전을 넘겨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언하고 있다. /REUTERS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언하고 있다. /REUTERS

“일론 모드, 아니 허경영 모드”

일부 테슬라 팬들은 이 ‘핸즈프리’ 자율주행을 ‘일론 모드’라고 부른다. 지난 6월 한 해커가 오토파일럿에서 운전 경고 기능을 삭제하고 이 같은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오토파일럿은 테슬라에 기본 장착된 주행 보조 옵션이다.

그는 X에 “자율주행 ‘일론 모드’로 600마일(약 966㎞)을 여행했고 ‘잔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7월 테슬라에 ‘일론 모드’와 관련된 질문에 답할 것을 요청했다. 교통법규 위반 여부를 따진 것이다.
허경영 전 공화당 총재가 2014년 페이스북에 ‘허경영 롤스로이스 운전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 그는 운전대에서 두 손을 놓고 차선 변경을 하는 등 위험한 운전으로 논란을 부른 바 있다. 허씨는 2016년 강변북로에서 3중 추돌사고를 내기도 했다. /허경영 페이스북
허경영 전 공화당 총재가 2014년 페이스북에 ‘허경영 롤스로이스 운전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 그는 운전대에서 두 손을 놓고 차선 변경을 하는 등 위험한 운전으로 논란을 부른 바 있다. 허씨는 2016년 강변북로에서 3중 추돌사고를 내기도 했다. /허경영 페이스북
국내 한 네티즌은 테슬라의 ‘핸즈프리’ 영상에 “허경영이 운전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허경영 전 공화당 총재가 2014년 페이스북에 ‘허경영 롤스로이스 운전법’이라는 영상을 올린 것을 빗댄 농담이다. 당시 그는 운전대에서 두 손을 놓고 좌회전 및 차선 변경 등 위험한 운전으로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에 또 다른 네티즌은 “허 씨의 곡예 운전은 자율주행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핸즈프리’ 자율주행 내년 가능할까

테슬라 FSD는 2019년 출시 후 꾸준히 업데이트됐고 현재 11 버전이다. 시내 자율주행이 가능한 FSD 베타 버전도 있다. 북미 운전자 약 40만명이 테스트 중이다. 테슬라는 이날 시연 영상의 FSD 베타가 지난 8월 이후 배포된 V11.4.7이라고 밝혔다.

머스크가 시연 생방송을 했던 FSD는 아직 공개되지 않는 12 버전이다. 테슬라에 따르면 FSD V12가 기존 버전과 다른 점은 ‘순수 인공지능(AI) 주행’이다. 인간 개발자의 ‘운전 명령’ 코드 30만줄을 모두 삭제하고 오로지 주행 영상만으로 AI를 학습시켰다. 머스크는 지난 18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V12에 상당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게임 체인저인 AI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에서 테슬라 모델3가 FSD로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REUTERS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에서 테슬라 모델3가 FSD로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REUTERS
머스크는 FSD V12에선 베타를 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식 출시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FSD V12가 내년께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유명 테슬라 투자자인 레이어드는 “테슬라가 FSD V12에서 ‘핸즈프리’ 자율주행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내 카메라로 운전자가 전방주시를 하는지 확인하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게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테슬라는 최근 유럽 시장에 실내 카메라로 운전자의 졸음 운전을 인지하고 경고를 보내는 기능을 추가했다.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는지 확인하는 게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테슬람 X랩’은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와 머스크에 대해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뉴스를 전합니다. 기성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테슬라 팬’들의 이슈도 관심사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