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산업 키우려면 전담 민간기관 따로 만들어야"
“쏟아지는 대형 국제중재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국제중재 업무만 전담하는 민간 기관이 필요합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중재센터를 따로 분리하거나 아예 새로운 전담기관을 설립해야 합니다.”

오현석 계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오 교수는 국제통상 및 국제중재 분야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홍콩국제중재센터 연구원, 서울국제중재센터 부사무총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중국 절강대 법률원 객좌교수 등을 지냈다. 지난 7월 별도의 국제중재 전담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긴 '중재산업진흥법에 대한 평가 및 국제중재 활성화를 위한 법정책적 제언'이란 논문을 게재해 학계와 중재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 교수는 “대한상사중재원이 당초 기대와 달리 국제중재 업무비중을 줄여가면서 정부의 국제중재 산업 육성을 도울 민간 파트너 역할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해외 중재기관에서 외국기업과의 분쟁을 진행하는데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서울을 아시아 국제중재산업의 허브로 키우기 위해 2018년 대한상사중재원에 국제중재센터를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2013년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주도해 설립한 중재심리시설인 서울국제중재센터가 대한상사중재원에 통합됐다. 법무부는 그해 말 ‘중재산업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해 국제중재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리고 이 육성사업을 대한상사중재원에 위탁했다.

하지만 정부 바람과 달리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중재 사건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대한상사중재원이 접수했던 국제중재 사건은 38건으로 2019년(70건) 이후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인력난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신희택 의장의 사임 이후 국제중재센터 의장 자리는 1년 넘게 비어있다. 당초 10여명이던 국제중재센터 전문인력도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는 “국제중재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서서히 성과가 나오는 분야인데 긴 투자기간을 충분히 인내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출범 당시 국제중재센터에 자율적인 인사 및 재정 관련 권한을 주겠다던 합의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기존 핵심인력이 줄줄이 이탈해 전문성도 약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정부가 서둘러 새 국제중재 전담기관 설립안을 담은 중재산업 발전계획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체계만 구축한다면 새 국제중재 전담기관이 중재사건 유치뿐 아니라 중재전문 인력 양성, 중재 관련 연구 및 홍보, 등 중재산업 전반을 제대로 추진해 서울을 아시아 중재허브로 성장시키는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5년 전 내놓은 1차 중재산업진흥 기본계획은 올해 말 종료된다. 법무부는 1차 기본계획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다음 5개년 계획을 내놓기 위해 연구용역 등을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며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오 교수는 “모든 중재산업 육성사업을 대한상사중재원에 맡기다보니 인력 부족문제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국제중재기관 설립을 통해 사업을 분산시켜 보다 효율적이고 실효적인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국제중재기관이 만들어진다면 법무부가 올해 8월 신설한 국제법무국의 민간 파트너로서 법률서비스 적자 해소와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등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