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잡힌 게 있다"…이스라엘, 전쟁 장기화 선언한 이유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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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막을 수 있었는데"…'확증편향'이 빚은 비극
Fed 인사들, 전쟁 영향 어떻게 판단할 지 주목
Fed 인사들, 전쟁 영향 어떻게 판단할 지 주목
"지난 20년 간 이렇게 중동이 조용한 적이 없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8일 한 행사에서 한 발언입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9일 전의 일입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날 "예맨에서 휴전이 유지되고 있고 미군에 대한 이란 공격은 중단됐다"고 자평했습니다. 그리고 "이라크에서 미국의 존재는 안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큰 실언이 됐습니다.
이스라엘도 결정적 실수를 했습니다. 하마스의 많은 움직임을 포착하고도 "감히 기습하겠어?"라고 방심했습니다. 이집트의 예고도 무시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전쟁을 막지 못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판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기밀을 해제해 러시아 움직임을 신속하게 알렸습니다. 사실상 러시아군의 실시간 움직임을 공개했습니다. 틀리기는 했지만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예상일을 알리기까지 했습니다.
이번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에대해 CNN은 "중동이 더 이상 미국 외교 정책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피벗 투 아시아'라고 해서 외교 정책 중심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겼습니다. 모든 관심의 초점은 중국 견제였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인들에게 2021년 8월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으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이뤄지던 때입니다. 아수라장 속에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 18명이 어이없게 목숨을 잃었고 미국 시민권자들도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하는구나"라는 걸 생생히 목도하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이후에도 중동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스텝은 계속 꼬였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 한때 사우디는 중동의 주적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 암살 배후에 사우디 왕실이 있다는 의혹 때문에 사우디와 거리를 뒀습니다. 그 사이 사우디와 중국은 서로 가려운 데를 긁어주며 밀착했습니다. 중국이 사우디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사우디는 원유 거래 시 중국의 위안화 결제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때와 반대로 이란과의 거리는 좁히려 했습니다. 핵개발을 막는 핵협상을 매개로 제재를 완화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에서 해제하는 문제로 좀체 핵협상은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거리를 두던 미국은 갑자기 사우디 이란 모두와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중국이 사우디와 이란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입지를 넓히던 게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는 대가로 사우디와 방위조약을 체결하기로 했습니다. 핵개발을 용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란에도 당근을 줬습니다. 이란에 갇힌 미국 수감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 내 은행에 묶여 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자금 60억달러(약 8조1000억원)을 풀어줬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이 정도면 이란도 만족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판이었습니다. 이란은 사우디의 부상과 이스라엘의 위상 변화가 못마땅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는 중동 질서에서 왕따가 될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사우디의 핵무장 가능성에도 위협을 느꼈습니다.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한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갈팡질팡한 미국의 중동 정책이 이란이 움직인 계기가 됐습니다. 중국 견제는 아시아 태평양 중심으로만 하면 된다는 미국의 안일한 판단도 한 몫을 했습니다.
칠레는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 팔레스타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입니다.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이민을 통해 최대 50만명의 팔레스타인이 칠레에 자리잡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공동체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덕에 팔레스타인FC라는 1부리그 프로축구 구단이 있을 정도입니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칠레는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아랍 국가들의 연합 기구인 아랍연맹(AL)에 가입돼 있습니다.
칠레는 유대인 이민도 적극 받아들였습니다. 팔레스타인 사회보다는 못하지만 2만명 정도의 유대인들이 칠레에 모여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칠레 내 팔레스타인과 때때로 의견 충돌을 빚고 있지만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일부 예외적인 때를 제외하고 칠레 내에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공동체는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뒤늦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예방하지 못하자 확전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란이 참전하지 않도록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을 보내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을 동지중해에 보낸 데 이어 14일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을 추가로 급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 국경과 가자지구가 맞닿아 있는 민간인 대피로 '라파 통로'가 개방되는 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서로 요구사항을 내걸면서 개방에 합의하지 못하고 민간인 대피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민간인 대피에 합의하지 못하고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돌입하면 엄청난 비판 여론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도 지상전을 서두르지 않고 장기전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이번주 들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나 이스라엘 국방장관 모두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마스 역시 이란 지원을 받았다고 실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란이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사태가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란 개입 증거를 미리 알지 못한 미국의 오판을 또다시 세상에 알리는 꼴이 됩니다. 또 미국이 중동 전쟁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게다가 이란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이 일어나면 참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미국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두 개의 전쟁을 맞닥뜨리는 것도 미국 입장에서 큰 리스크입니다.
정보전에서 실패한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또다시 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스크가 큰 지상전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절대 열세인 가자지구 시가전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하마스를 격퇴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날씨 때문에 지상군 투입을 미뤘다고 하지만 조그만 실수로 치명타를 받을 수 있는 현 상황의 특성상 작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물론 이란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습니다. 이스라엘과 직접 교전을 하면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등을 돌리게 됩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제재를 받은 것처럼 러시아처럼 또다시 고립의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이 때문에 수잔 멜로니 브루킹스 연구소 부소장은 "이란이 불을 지피되 화염으로부터 비켜 서 있을 것(to light the fire but stand back from the flames)"으로 예상했습니다. 하마스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을 흔드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란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도 1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우리는 이란의 '대리자'인 헤즈볼라를 우려한다"면서도 "이란이 어떤 형태의 직접 개입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중동 전쟁으로 판이 커질 수 없습니다. 세계 경제도 휘청거릴 전망입니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확전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GDP)도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런 리스크 속에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19일)을 비롯한 Fed 인사들이 이번주에 대거 공식석상에 섭니다. 최근 대부분의 Fed 인사들이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갖는다"며 이전보다 비둘기적인 발언을 해왔습니다. 이번에 전쟁과 금리 변동 영향을 어떻게 해석할 지를 보는 게 이번 주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8일 한 행사에서 한 발언입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9일 전의 일입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날 "예맨에서 휴전이 유지되고 있고 미군에 대한 이란 공격은 중단됐다"고 자평했습니다. 그리고 "이라크에서 미국의 존재는 안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큰 실언이 됐습니다.
이스라엘도 결정적 실수를 했습니다. 하마스의 많은 움직임을 포착하고도 "감히 기습하겠어?"라고 방심했습니다. 이집트의 예고도 무시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전쟁을 막지 못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판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너무 다른 오판
미국의 오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는 너무나 다릅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엔 수많은 예고편을 날렸습니다.수개월 전부터 기밀을 해제해 러시아 움직임을 신속하게 알렸습니다. 사실상 러시아군의 실시간 움직임을 공개했습니다. 틀리기는 했지만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예상일을 알리기까지 했습니다.
이번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에대해 CNN은 "중동이 더 이상 미국 외교 정책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피벗 투 아시아'라고 해서 외교 정책 중심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겼습니다. 모든 관심의 초점은 중국 견제였습니다.
갈팡질팡 미국의 중동정책
그러다 보니 후폭풍이 큽니다. 중동에서 미국의 실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아프가니스탄 철군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인들에게 2021년 8월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으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이뤄지던 때입니다. 아수라장 속에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 18명이 어이없게 목숨을 잃었고 미국 시민권자들도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하는구나"라는 걸 생생히 목도하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이후에도 중동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스텝은 계속 꼬였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 한때 사우디는 중동의 주적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 암살 배후에 사우디 왕실이 있다는 의혹 때문에 사우디와 거리를 뒀습니다. 그 사이 사우디와 중국은 서로 가려운 데를 긁어주며 밀착했습니다. 중국이 사우디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사우디는 원유 거래 시 중국의 위안화 결제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때와 반대로 이란과의 거리는 좁히려 했습니다. 핵개발을 막는 핵협상을 매개로 제재를 완화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에서 해제하는 문제로 좀체 핵협상은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거리를 두던 미국은 갑자기 사우디 이란 모두와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중국이 사우디와 이란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입지를 넓히던 게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는 대가로 사우디와 방위조약을 체결하기로 했습니다. 핵개발을 용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란에도 당근을 줬습니다. 이란에 갇힌 미국 수감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 내 은행에 묶여 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자금 60억달러(약 8조1000억원)을 풀어줬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이 정도면 이란도 만족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판이었습니다. 이란은 사우디의 부상과 이스라엘의 위상 변화가 못마땅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는 중동 질서에서 왕따가 될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사우디의 핵무장 가능성에도 위협을 느꼈습니다.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한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갈팡질팡한 미국의 중동 정책이 이란이 움직인 계기가 됐습니다. 중국 견제는 아시아 태평양 중심으로만 하면 된다는 미국의 안일한 판단도 한 몫을 했습니다.
민간인 대피 문제로 '장기전 모드'
중동에서 힘이 빠진 미국은 이번 사태에서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달리 아랍과 이스라엘의 마음을 동시에 얻고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칠레가 대표적입니다.칠레는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 팔레스타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입니다.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이민을 통해 최대 50만명의 팔레스타인이 칠레에 자리잡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공동체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덕에 팔레스타인FC라는 1부리그 프로축구 구단이 있을 정도입니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칠레는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아랍 국가들의 연합 기구인 아랍연맹(AL)에 가입돼 있습니다.
칠레는 유대인 이민도 적극 받아들였습니다. 팔레스타인 사회보다는 못하지만 2만명 정도의 유대인들이 칠레에 모여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칠레 내 팔레스타인과 때때로 의견 충돌을 빚고 있지만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일부 예외적인 때를 제외하고 칠레 내에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공동체는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뒤늦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예방하지 못하자 확전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란이 참전하지 않도록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을 보내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을 동지중해에 보낸 데 이어 14일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을 추가로 급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 국경과 가자지구가 맞닿아 있는 민간인 대피로 '라파 통로'가 개방되는 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서로 요구사항을 내걸면서 개방에 합의하지 못하고 민간인 대피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민간인 대피에 합의하지 못하고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돌입하면 엄청난 비판 여론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도 지상전을 서두르지 않고 장기전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이번주 들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나 이스라엘 국방장관 모두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시사하고 있습니다.
'게임 체인저'는 이란의 참전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8월부터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 기습작전을 준비해왔습니다. 사령관급 인사들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주재 이란대사관에서 최소 격주로 모여 전쟁 후속대책까지 논의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이 로켓기술을 하마스에 전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하마스 역시 이란 지원을 받았다고 실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란이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사태가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란 개입 증거를 미리 알지 못한 미국의 오판을 또다시 세상에 알리는 꼴이 됩니다. 또 미국이 중동 전쟁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게다가 이란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이 일어나면 참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미국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두 개의 전쟁을 맞닥뜨리는 것도 미국 입장에서 큰 리스크입니다.
정보전에서 실패한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또다시 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스크가 큰 지상전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절대 열세인 가자지구 시가전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하마스를 격퇴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날씨 때문에 지상군 투입을 미뤘다고 하지만 조그만 실수로 치명타를 받을 수 있는 현 상황의 특성상 작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물론 이란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습니다. 이스라엘과 직접 교전을 하면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등을 돌리게 됩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제재를 받은 것처럼 러시아처럼 또다시 고립의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이 때문에 수잔 멜로니 브루킹스 연구소 부소장은 "이란이 불을 지피되 화염으로부터 비켜 서 있을 것(to light the fire but stand back from the flames)"으로 예상했습니다. 하마스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을 흔드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란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도 1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우리는 이란의 '대리자'인 헤즈볼라를 우려한다"면서도 "이란이 어떤 형태의 직접 개입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중동 전쟁으로 판이 커질 수 없습니다. 세계 경제도 휘청거릴 전망입니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확전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GDP)도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런 리스크 속에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19일)을 비롯한 Fed 인사들이 이번주에 대거 공식석상에 섭니다. 최근 대부분의 Fed 인사들이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갖는다"며 이전보다 비둘기적인 발언을 해왔습니다. 이번에 전쟁과 금리 변동 영향을 어떻게 해석할 지를 보는 게 이번 주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