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수출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 침체 조짐 확연"
"추가 인상 가능성 작아…이르면 내년 2분기 이후 인하 전망"
경기 위축 우려에…한은, 19일 기준금리 6연속 동결할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0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2%포인트(p)에 이르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매달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계부채 등은 금리 인상 요인이다.

그러나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한은이 과감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를 더 위축시키고, 금융이자 부담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중국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 등도 금리 동결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됐다.

◇ "물가·가계부채에 금리로 대응할 상황 아니다"
15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명 모두 한은 금통위가 오는 19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대로 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되면 지난 2월,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6연속 동결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3% 안팎으로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물가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 침체 조짐이 확연해짐에 따라 국내 경기 회복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9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계절적 요인 등으로 전월보다 다소 줄어든 점도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전문위원은 "정부의 노력 속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해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기준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가계부채 부실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내수 부진에 금리 인상 가능성 작아…이르면 내년 2분기 인하"
전문가들은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0.0%를 기록하는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실물경제 침체도 맞물려 금리 인상 여력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논리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인상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서도 "한국은 미국보다 경기가 나빠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내수 경기가 점차 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판단한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이르면 내년 2분기께로 예상됐다.

안 선임연구원은 "내년 2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금리 인상과 내수 부진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조금 떨어지면 금리 인하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균 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 2회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내수 둔화에 따른 근원물가 중심의 안정세가 이어지며 3분기부터 물가 목표치 도달 기대를 높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 이·팔 사태, 금리에 변수 될까…전문가들 "제한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당장 기준금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정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정도일 것"이라며 "(분쟁 지역이) 주요 수출 시장이 아니고 국제 금융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이번 사태의 배후라는 증거가 나오거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사우디아라비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동 지역 내 불안 고조에서 더 나아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직접적 관여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따른 공급 우려로 유가가 상방 압력에 노출돼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경로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나 당장 통화정책에 미칠 파급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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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