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식 보고자 아니어도 위탁 업무 종사자로 봐야"
정부위탁 업무 편의제공 대가 뇌물받은 협회직원 '무죄→유죄'
정부 부처 위탁업무를 수행하며 뇌물을 받은 민간 협회 직원을 '공무원 신분'으로 보느냐에 대한 1·2심 판단이 엇갈려,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위탁업무 수행자로 보고되지 않은 협회 관계자가 업무 관련 업체로부터 받은 금품을 1심은 뇌물로 보지 않았지만 2심은 뇌물로 인정했다.

광주지법 형사2부(김영아 부장판사)는 13일 뇌물수수·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A(55)씨 등 3명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벌금 8천만원 추징 7천900여만원 등을, 다른 피고인 2명에게는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일부 피고인들의 벌금 형량도 조정했다.

A씨와 B(51)씨는 한국엔지니이링협회 직원으로 근무하며 측량·토목·지질 등 업체 관계자들 청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위탁업무인 기술자 등록 처리 등에 편의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54회에 걸쳐 약 8천만원을 업체 관계자들에게 받았고, B씨는 28회에 걸쳐 2천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피고인 5명은 A씨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업체 관계자들로, 뇌물 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B씨를 정부 부처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신분으로 보고 뇌물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A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산자부 보고 절차 등이 없어 공무원 신분으로 볼 수 없어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무죄 취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도 유죄로 봤다.

'기준' 상으로는 A씨가 공무원 의제 대상은 아니었더라도, '정황' 상으로는 공무원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A씨가 정부 부처에 지정·배치 보고된 위탁업무수행자가 아니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사실상 위탁업무를 수행했거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부처 위탁업무를 수행한 공무원 신분으로 편의 제공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위탁 업무자로 보고되지 않은 기간에도 산자부 위탁업무 중 일부에 종사했고, 위탁사무 처리에도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피고인이 실제 수행한 업무·역할·지위 등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면 위탁업무를 종사자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