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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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불황 터널'을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지난 3분기에 올들어 처음 분기 기준 ‘조(兆)단위’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도체 사업의 적자 폭이 줄어들고 디스플레이 실적이 큰 폭 불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바닥을 다지는 반도체 사업은 내년 흑자전환을 예고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올 3분기에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을 뒷받침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내년 3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적자 3조 후반대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1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77.9%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2조1344억원)를 큰 폭 넘어섰다. 영업이익이 6000억원대에 머문 올해 1·2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날 삼성전자는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3조원대 후반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1분기(영업손실 4조5800억원)와 2분기(영업손실 4조3600억원)에 이어 세 분기 연속 적자다. 하지만 적자 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4월부터 추진한 반도체 감산 효과가 올 3분기에 본격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투입에서 반도체 생산까지 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감산 효과는 3~6개월 뒤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9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1.3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올해 4월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멈춘 것이다. 감산효과와 고객사의 반도체 재고 소진이 겹치면서 3분기 DS부문 적자 폭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내년 흑자전환 예고


삼성전자의 DS부문의 올 4분기 전망은 한층 밝다. D램 가격 회복세가 이달 들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D램 범용제품의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518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 기록한 연중 최저가 1.447달러보다 4.83% 올랐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 제품을 중심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을 10~20% 인상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 4분기에 바닥을 찍고 상승해 내년 2분기에는 상승 폭이 크게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AMD에 고성능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3’을 조만간 공급하는 것도 실적에 기여할 전망이다. 엔비디아 등은 그동안 HBM3를 SK하이닉스로부터 독점 공급받았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높인 제품으로 인공지능(AI) 기술 확산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BM3 가격은 최신 D램의 5~6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D램 가격의 상승 흐름이 감지되는 데다 HBM3 판매량도 늘어나는 만큼 삼성전자 DS부문은 내년 상반기에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긍정적 전망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조233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2조7059억원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대급 실적' 근접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에 1조9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지난해 3분기(1조9800억원)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지난 8월 갤럭시 Z플립5·폴드5, 애플이 9월에 아이폰15 시리즈를 출시한 영향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Z 5시리즈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는 한편 아이폰15 시리즈에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아이폰15 시리즈의 흥행 여부에 따라 올 4분기 실적이 3분기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