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오토랜드 광명.  /사진=연합뉴스
기아 오토랜드 광명. /사진=연합뉴스
기아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에서 최종 결렬을 선언하고 12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현대판 음서제로 지적받는 '직원 자녀 우선 채용' 유지와 정년 연장에 대한 요구를 끝내 굽히지 않으면서다.

4개월째 임단협을 협상 중인 기아 노사는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기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3년 만에 임단협을 이유로 파업하게 된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전날 밤 지회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12일부터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12~13일과 17~19일은 하루 총 여덟 시간, 20일에는 총 열두 시간 파업을 한다. 향후 특근도 모두 거부한다. 단, 추가 교섭 여지는 열어놓기로 했다.

이번 파업 결정은 기아 노조가 같은 날 임단협 최종 결렬을 선언한 직후 나왔다. 기아 노조는 10일 오토랜드 광명 본관에서 사측과 14차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이 턱없이 부족하고 개악안도 철회되지 않았다"며 "더 이상의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고용 세습' 폐지 요구에 노조 "개악안"

가장 큰 쟁점은 이른바 '고용 세습' 문제에 대한 노사간 입장차다. 기아는 단체협약에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기아에 오래 다닌 직원의 자녀에게 우선 입사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수년째 위법한 고용 세습을 조장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균등한 취업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용노동부는 기아에 단체협약 시정 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혐의로 노사 대표를 입건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기아는 단체협약에서 이 조항을 폐지할 것을 노조에 요구해왔다. 대신 연말까지 신입사원 300명을 채용하고, 5년간 기아 직원 자녀 1000명에게 해외 봉사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아 주니어 글로벌 봉사단'도 운영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폐지 요구가 '개악안'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이 조항이) 위법이라고 말하기 전에 재벌 경영 세습을 어떻게 근절할지 같이 제시하지 않으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정년 연장, 수당 추가 개선 등 고집

정년 연장도 문제다. 기아 사측은 노조가 요구한 정년 만 64세 연장 대신 정년 퇴직자를 최대 1년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베테랑 제도 근무기간을 1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 역시 거부했다. 노조는 "'베테랑 1+1'로 만족할 수 없다. 노조 요구는 정년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역대 최대 임금 인상안에도 퇴짜를 놨다. 앞서 사측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무분규 타결 격려금 주식 34주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각종 수당 개선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기아가 추진하려던 성과 연동 임금 체계 개편안은 노조 반대에 이미 무산됐다.

노조의 파업 엄포에도 노사가 교섭을 재개해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기아 사측은 노조의 결렬 선언에 "교섭을 길게 끌고 갈 생각 없다. 더 고민해보겠다"며 추가 협상 의지를 밝힌 상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