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공연…제시 제이·존 케이 등 출연
팝공연 배경삼아 가을밤 '칠링'…"한국관객 더 자주 보고 싶다"
"익숙한 얼굴들이 많네요.

앞으로 더 자주 보고 싶어요.

"(존 케이)
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야외 88잔디마당에서는 5천여명의 인파가 느티나무숲 한복판에 울려 퍼지는 팝 리듬에 몸을 맡겼다.

이날부터 3일간 열리는 야외 음악 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3'을 찾은 관객들은 9시간 동안 이어질 공연에 대비해 돗자리와 등받이, 캠핑 테이블에 아이스박스까지 완전 무장한 채 3만3천㎡ 크기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첫날 공연에서는 미국의 떠오르는 팝스타 세일럼 일리스와 싱어송라이터 사브리나 클라우디오가 독보적인 목소리로 시작을 알렸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돗자리에 늘어져 햇살을 만끽하던 관객들은 오후 4시 호주 싱어송라이터 루엘이 무대에 오르자 허리를 꼿꼿이 세우기 시작했다.

잔디밭 중앙 스탠딩석에 빼곡히 들어선 관객들도 감미로운 음색을 배경으로 각기 리듬을 타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겼다.

"유어 마이 페인킬러~"(넌 나의 진통제야~)
루엘의 히트곡 '페인킬러'(Painkiller)가 흘러나오자 관객석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루비한 몸짓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던 루엘은 "월드투어 이후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공연"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루엘은 또 다른 대표곡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와 올해 발매한 앨범의 수록곡 '고 온 위드아웃 미'(GO ON WITHOUT ME) 등도 선보였다.

팝공연 배경삼아 가을밤 '칠링'…"한국관객 더 자주 보고 싶다"
해가 뉘엿거리자 관객들은 겉옷을 입거나 담요를 두르며 밤늦게까지 이어질 공연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잔디밭을 비추기 시작한 조명과 자체 공수한 비눗방울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남기는 데 여념 없는 관객들도 보였다.

오후 6시 쌀쌀한 공기가 깔리고 하얀 연기가 무대를 감싸자 관객들은 격렬한 뜀박질과 환호성으로 싱어송라이터 존 케이를 맞이했다.

존 케이가 "한국에 온 게 거의 1년 만인 것 같다"며 '비 올라이트'(Be Alright)를 부르자 너나 할 것 없이 두 손을 번쩍 들어 한 몸처럼 흔들었다.

분홍빛 하늘이 가시고 밤무대에 빠질 수 없는 휴대전화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자 존 케이가 선물한 로맨틱한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었다.

존 케이는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겠다.

다음에 어떤 음악을 낼지 여러분이 골라달라"며 '허니'(Honey)와 '네버 빈 인 러브'(Never been in Love)를 노래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패러슈트'(parachute)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며 총 18곡으로 시간을 꽉 채웠다.

팝공연 배경삼아 가을밤 '칠링'…"한국관객 더 자주 보고 싶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제시 제이의 무대였다.

화려한 조명 속에 검은색 긴 코트를 걸친 제시 제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석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제시 제이는 파격적인 가창력으로 화답했다.

제시 제이는 카메라를 가까이 당겨와 "아기를 가진 이후 1년여 만의 첫 공연"이라며 "이곳에 오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제시 제이는 '와일드'(Wild)와 '버닝 업'(Burnin'Up) 등 빵빵한 음향의 곡으로 흥을 돋운 뒤 '플래시라이트'(Flashlight)를 부를 땐 스탠딩석으로 내려와 숨소리까지 들리는 거리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피크닉 존에 앉아있던 한 7살짜리 관객은 제시 제이의 즉석 곡을 선물 받아 관객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후 유 아'(Who You are) 등 감성적인 곡과 '노바디스 퍼펙트'(Nobody's Perfect)와 같은 강렬한 드럼 비트의 곡들도 선사했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뱅뱅'(Bang Bang)과 '프라이스 태그'(Price Tag), '도미노'(Domino) 등이 울려 퍼질 땐 관객들이 돗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스탠딩석으로 몰려들며 열기를 더했다.

팝공연 배경삼아 가을밤 '칠링'…"한국관객 더 자주 보고 싶다"
제시 제이를 '영접'하고자 거제도에서 5시간을 달려 이곳에 온 신모(46) 씨는 "다른 공연장이랑 다르게 스탠딩석이 밀집되지 않아 좋았다"며 "하루빨리 단독 콘서트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인 김초롱(30)씨와 송동욱(30)씨는 "오전 9시부터 '오픈런'을 했다"면서 "피크닉 존이 따로 있어 쉴 땐 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루엘이 앵콜곡을 위해 다시 무대로 나오자 관객들이 앞으로 한꺼번에 몰려가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며 "안전요원이 더 잘 대처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이틀 차인 8일에는 앨런 워커, 마지막 날인 9일에는 바지가 각각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