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석유' 中 리튬 가격이 美보다 30% 이상 저렴해진 이유 [원자재 포커스]
中 리튬 가격 美보다 35% 낮아
수요 약세 전망 반영… 씨티 “15~20% 더 떨어진다”
리튬.  /사진=AP연합뉴스
리튬. /사진=AP연합뉴스
중국에서의 리튬 가격이 미국 시세보다 30% 이상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리튬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리튬 가격이 국제 시세와 유사하거나 웃돌 것 같은데, 막상 시장에서는 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탄산리튬 선물 가격이 지난 7월 거래를 시작한 뒤 37%가량 하락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중국의 탄산리튬 선물 가격은 미국의 수산화리튬 선물 가격보다 35% 할인된 수준이다.

중국의 탄산리튬 선물 가격이 유독 약세인 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자국 등지의 수요를 부정적으로 봐서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기존이 비축한 리튬 재고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온 호프만 SCB 브로커는 “재고가 충분하다”며 “중국 트레이더들은 리튬 가격의 약세를 전망하고, 리튬을 매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은 세계 리튬 수요에서 약 40%를 차지한다.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최근 리튬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수요가 폭증할 거란 기대에 힘입어 리튬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빠르게 늘어나진 않고, 공급도 우려만큼 부족하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그래도 미국 선물 가격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효과로 중국보다는 높게 유지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수요 약세와 충분한 공급, 많은 재고 때문에 리튬 가격이 단기적으로 15~20%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중국과 미국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도 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의 트레이더들은 중국 탄산리튬 선물을 사고 미국 수산화리튬 선물을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저렴한 중국 탄산리튬을 현물로 확보한 뒤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해 매각하는 방식도 인기다. 하지만 리튬 시장의 유동성이 떨어져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차익거래의 위험 요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