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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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벤자민 버튼'이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그룹 동방신기 멤버 최강창민(심창민)의 첫 뮤지컬 도전작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이 글로벌 팬들에게도 감동을 안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벤자민 버튼'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조광화 연출을 비롯해 배우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 이나오 작곡가, 문수호 퍼펫(인형) 작가, 심새인 협력 연출 및 안무가 등이 참석했다.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F.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EMK뮤지컬컴퍼니가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어려지는 남자 벤자민 버튼의 삶을 퍼펫(PUPPET)을 통해 구현하며 삶의 기쁨과 사랑, 상실의 슬픔, 시간과 세월을 초월해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인생을 탐구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은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11일 개막, 월드 프리미어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날 조광화 연출은 공연에 퍼펫을 쓴 이유에 대해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가 매혹적이었지만 무대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연령을 보여줘야 의미 있는 작품인데, 무대에서는 CG를 쓸 수도 없고, 특수분장으로 계속 모습을 바꿀 수도, 여러 연령의 벤자민을 섭외하기도 어려웠다. 퍼펫도 그냥 물체가 아니라 내면과 감정이 있는, 살아있는 생명처럼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퍼펫으로 벤자민의 나이대를 정리해주면 공연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전한 생명체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으나 동물 퍼펫이 인간을 완전히 따라갈 수는 없었다"면서 "오히려 비우고, 거리를 두고, 객관화시키려고 했다. 퍼펫을 나이대를 대변하는 약속의 장치로 쓰면서 배우가 할 수 없는 슬로우 모션, 극단적인 표현 등에 차용했다. 오히려 배우는 자유로워져서 그런 표현에 집착하지 않고 정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방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문수호 퍼펫 작가는 "원래 무용 전공이기도 하고 신체를 이용해 표현할 수 있는 걸 많이 만들고 있다"면서 "전문 퍼펫티어가 붙어서 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에너지, 열정이 퍼펫을 살아있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들과 어려운 작업을 했다"면서도 "연출님 대본에 배우가 퍼펫에 들어가 함께하고 또 빠져나와서 그걸 바라봤을 때 오는 느낌들이 미리 쓰여 있어서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좋은 답을 찾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극 중 넘버들은 벤자민의 순수하고 상상력 넘치는 내면들을 다채롭게 표현하면서도, 그의 따뜻한 정서를 함께 녹여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뿐만 아니라 엇갈리는 벤자민과 블루의 시간을 서로 대비되는 에너지의 곡들로 표현했다.

이나오 작곡가는 "뮤지컬 대본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그걸 읽으면서 음악적으로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청사진이 잘 그려졌다. 다양한 재즈풍의 음악, 그리고 퍼펫 덕분에 그려지는 판타지 세계를 잘 조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내 안에 녹여져 있는 평소 좋아하는 음악, 1920년대의 클래식한 뮤지컬 작품들이 많이 떠올랐다. 재즈와 클래식의 조합으로 돼 있는 감성의 음악들이 내게 많이 찾아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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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파 배우들의 면면도 작품의 매력을 배가하는 요소다. 타이틀롤이자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남자로, 마마가 알려준 인생의 스윗스팟이 블루라고 확신하면서 그녀와의 사랑을 좇아 평생을 바치는 벤자민 버튼은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이 연기한다.

김재범은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를 떠올리며 "한 번에 후루룩 읽었고,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거꾸로 나이를 먹으면서 블루와 어긋나는 게 가슴에 훅 들어오더라. 둘의 나이가 정확하게 같아지는 게 서른다섯인데 그런 게 가슴 아팠다"면서 "오랜만에 따뜻한 대본을 봐서 행복했고, 꼭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김성식은 "퍼펫과 마음이 합쳐지고, 다시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는 나대로 하고 있고, 또 어느 순간에는 너무 퍼펫의 나이에 사로잡혀서 연습 과정이 어려웠다"며 "지금도 공연하며 퍼펫과 더 친해지는 중이다. 아직 완벽하게 합이 맞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으로 맞춰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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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심창민은 '벤자민 버튼'을 통해 동방신기로 데뷔한 지 21년 만에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그는 뒤늦게 뮤지컬계에 발을 들인 이유를 "'늦바람'이 들었다"고 표현한 그는 "워낙 많은 아이돌이 뮤지컬에 도전하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고, 연이 안 되어 못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소설과 영화로도 제작된 매력 있는 작품이었다. 친구인 조규현이 조광화 연출님과 하면 많이 배우고 귀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더라. 규현 씨의 조언을 듣고 참여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뮤지컬은 처음이다 보니 지금껏 해온 춤, 노래와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연습에 최대한 시간을 많이 할애하려고 했다. 어느 배우보다도 나은 게 없는 신인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분들과 호흡하고 같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무대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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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운명적 사랑이자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재즈클럽 여가수 블루 루 모니에 역은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이 맡았다.

김소향은 "관객들과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걸 공감하고 나누고 싶었다. 이 공연을 하면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주름이 늘어간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또 그걸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받을 일인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블루가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 하나만을 보고 이 공연을 택했다.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2시간을 달려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사가 정말 아름답다"면서 "산다는 것에 대해 아름답게 정의를 해드린다. 이 노래를 들으러 꼭 한 번은 공연에 와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벤자민 버튼'은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 세종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