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들의 포트폴리오

애플 비중 대폭 줄이더니
보험사 처브 신규 편입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그간 비밀에 부쳤던 투자처가 또 다른 보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 회장은 과거 보험업 부문에 대해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한축을 구성하고 있다"며 '거인'으로 표현한 바 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AP연합뉴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벅셔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공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세계 최대 손해보험사인 처브의 지분 6.08%(2600만주 가량)을 약 67억달러에 매입했다. 3월 말 기준 벅셔해서웨이 보유 종목 9위(비중 2.03%)에 해당하는 규모다. 처브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3분기부터지만, 버핏 회장은 SEC의 승인을 받아 해당 사실을 약 6개월간 공개하지 않았다.

처브는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손해보험사다. 세계 보험업계의 거물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전 AIG 회장의 아들 에반 그린버그가 이끌고 있다. 지난 3월 선박 충돌 사고로 무너진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의 보험사로도 알려져 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주가 상승률은 12% 가량이다. S&P 500 지수 수익률(11%)을 소폭 웃돌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처브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3배로 추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체 금융 부문의 PER(15.3배)과 비교했을 때 저평가됐다"고 전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영국 보험사 에이온 지분(1.86%)을 비롯해 비상장사인 가이코(자동차 보험사)와 내셔널 인뎀니티(재보험사) 등 여러 보험업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2022년 애플, 철도회사 BNSF, 에너지사업부와 함께 벅셔해서웨이의 4대 거인으로 표현할 만큼 보험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연례 주주 서한에서도 "재산 보험, 사고 보험은 벅셔해서웨이의 안녕과 성장의 핵심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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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세이퍼트 CFRA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처브는 벅셔해서웨이가 강점을 가진 사업 분야인 보험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버핏 회장에게 매력적인 주식 투자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브가 상업 특수 보험과 고급 재화 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 역시 벅셔해서웨이의 보험업 포트폴리오의 일면을 구성하기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이달 초 열린 벅셔해서웨위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비밀 매수 종목(처브)에 대한 언급을 피했었다.

대신 그는 당시 주총에서 애플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애플 주식은 1억1556만 주를 팔아 7억9000만 주로 줄였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1%에서 40.8%로 축소됐다. 일각에서는 버핏 회장이 애플의 성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으나, 그는 애플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버핏 회장은 주총에서 “애플은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나 코카콜라보다 훨씬 나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코카콜라는 벅셔해서웨이의 상위 5위권에 꾸준히 드는 종목이다. 이어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이 회사를 넘겨받을 때도 애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애플 지분을 일부 매각한 것은 세금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은 “미국 정부가 연방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나중에 훨씬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면 올해 애플 지분을 팔았다는 사실은 큰 일이 아니었던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율을 28%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버크셔 헤서웨이 주총에 참석한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REUTERS
버크셔 헤서웨이 주총에 참석한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REUTERS
벅셔해서웨이는 1분기에 HP 주식을 전부 팔아치웠다. 에너지 종목에서는 셰브런 지분 2.47%를 매각하고, 옥시덴탈페트롤리엄 지분 1.77%를 매입했다. 1분기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상위 5개 투자 기업들은 지분가치 기준 애플 1354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 392억달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345억달러, 코카콜라 245억달러, 셰브런 194억달러 순이다.

버핏 회장이 전량 처분 사실을 밝혔던 파라마운트의 경우 1분기 말까지 매각 작업이 완료되진 않았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 말까지 파라마운트 주식을 6332만 주가량 들고 있었다. 최근 파라마운트는 막대한 부채와 경영난으로 소니 등과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연례 주총에서 파라마운트 주식 처분 사실을 밝한 뒤 "(투자는) 완전히 저의 결정이었고, 꽤 손해를 봤다"면서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어떤 활동에 우선 순위를 두는지 더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