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4일 1363원으로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추석 연휴 직전 기록한 연중 최고치를 단숨에 돌파한 것이다. 외환당국이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지만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시장에선 14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환율 하루 새 14원 껑충

강달러에 환율 연고점 뚫어…"올해 1450원 갈수도" [한경 외환시장 워치]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63원50전에 마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7일 1349원30전보다 14원20전 뛰었다. 7월 18일 1260원40전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3개월도 안 돼 103원가량 급등했다.

이날 환율은 장 초반 10원70전 상승한 1360원으로 출발했다. 장중 한때 1357원대까지 내려오기도 했지만 장중 강세가 유지되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1월 10일 기록한 1377원50전 이후 11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14원20전의 하루 상승폭은 지난 8월 2일 14원70전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크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가 급등한 영향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Fed가 오는 11,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각각 27.6%, 44.6%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7.21까지 상승했다. 달러인덱스가 107대로 올라선 것은 작년 11월 후 처음이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다른 통화는 상대적으로 약세였다. 엔화 환율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0.16엔까지 올랐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은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일본 재무성의 시장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유입된 뒤에야 엔화 환율이 150엔 선 밑으로 떨어졌다.

○“달러 강세 당분간 지속”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가 오를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강달러 흐름은 미국 중앙은행의 스탠스가 변화하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1400원까지 환율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단을 1차 1400원, 2차 14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위안화, 싱가포르달러 등 다른 아시아 통화 대비 원화 약세 폭이 큰 상황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단기적으로는 6일 발표되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 보고서가 환율 흐름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보다 고용지표가 호조를 나타낼 경우 미국의 긴축 장기화 기조에 더 힘이 실리며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 “각별한 경계감”

환율이 크게 오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외환시장 개장 전 유상대 한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환율 등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유 부총재는 “Fed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국제 유가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국내 가격 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