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국회토론회…"돌봄 공공성 강화해야"
"돌봄노동자 직종별 안전 지침 만들어 건강권 보장해야"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간병노동자 등 돌봄노동자의 직종별 특성에 맞는 안전 지침을 마련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의당 강은미 의원,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돌봄노동자 건강권 및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마련 국회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돌봄노동의 위험 요인과 돌봄노동자 건강권 보장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김 위원은 "정부는 공적인 돌봄제도를 만들면서도 운영을 민간에 위탁해 저임금 여성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돌봄이 제도화됐고 그 과정에서 돌봄 노동자들의 권리는 최대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설계된 낮은 수가 때문에 충분한 인력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2인 1조로 근무할 수 없어 돌봄노동자는 위험한 상황을 홀로 맞닥뜨려야 하고 휴게시간을 갖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노동자들은 이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인을 안거나 부축해 이동시키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근골격계질환 가능성이 높지만, 중년이나 고령 여성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업무상 질병이 아닌 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져 산재 인정을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봄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직종별 업무 위험 요인을 연구해 특화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이나 직종 단위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를 통해 노동자들이 건강권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돌봄의 공공성 강화가 핵심"이라며 "사회서비스원의 기능을 되살려 일정한 비율 이상은 반드시 공적 서비스 기관이 돌봄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6년 차 요양보호사 이은복 씨는 "지난 8월 남자 어르신을 침상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오른쪽 가슴을 폭행당하고 1차 병원에서 4주간의 치료와 안정을 취하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기관에선 3차 병원 진단서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며 "노인학대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의 인권을 넓게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10년 차 장애인활동지원사 권임경 씨는 "일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갈등도 많다"며 "대청소, 손빨래, 김장, 이사, 집들이, 생일잔치, 술자리 모임 등 장애인이 요구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주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들어준 적도 있다.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지만 돌봄 노동자를 보호하는 곳은 없다"고 증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요양보호사의 직접적인 사용자는 장기요양기관이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정부가 운영·관리하는 공적보험"이라며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 대한 위험요인을 고려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