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벌금형 선고유예 선처…"행정지도 중 우발범행 참작"
시정명령 거부 상인 물건 손댔다가 처벌받을 뻔한 공무원들
공무원들이 허가 없이 군청 공유재산 구역에 설치해놓은 군밤 기계의 철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기계 주변 물건에 손을 댔다가 처벌받을 뻔했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재물손괴, 업무방해, 협박 혐의로 기소된 도내 한 군청 직원 A(41)씨와 B(31)씨에게 벌금 각 70만원과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 벌금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1일 밝혔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가 기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A씨 등은 지난해 4월 C(50)씨에게 매장 밖에 설치해놓은 군밤 기계 등을 매장 안으로 옮기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가위로 파라솔 지탱 끈을 자르고 군밤 기계 위에 놓여 있던 칡즙, 식혜, 파라솔 등을 매장 안으로 옮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 과정에서 C씨에게 "다 부숴버리기 전에 기계 멈추고 빨리 치워라. 장사 못 하게 할 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라며 협박한 혐의도 더해졌다.

이들은 공유재산 구역 입점 업체 지도점검을 하고자 C씨의 영업장을 찾았다가 이 같은 일로 재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피해자에게 시정명령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와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형을 내렸다.

검찰과 피고인 측의 양형부당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공무집행 중 부여된 권한을 넘어 피해자의 재물을 손괴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등 공무원으로서의 품위와 공무집행에 대한 일반적 신뢰를 손상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C씨가 예전부터 지속해서 관계 법령을 위반해 영업했고, 이에 주민들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던 점, C씨가 여러 차례 시정명령을 받고도 전혀 따르지 않은 점, C씨가 A씨의 행정지도에도 불응하고 반말과 욕설한 사정 등을 참작해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판단해 선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