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데면데면'…국빈 방문으로 유대 강화 기대
첫날 양자 비공개 회담·국빈 만찬…21일 상원 연설·22일 보르도 방문
英 찰스 3세 프랑스 국빈 방문…마크롱과 책 선물하며 '친교'(종합)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즉위 후 처음으로 20일(현지시간) 2박 3일 일정으로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다.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이날 오후 1시57분 파리 외곽 오를리 공항에 도착해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의 영접을 받았다.

찰스 3세 부부는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가 미리 대기하던 벤틀리 차량에 탑승, 수십 대의 경호 차량·오토바이의 호위를 받으며 파리로 이동했다.

찰스 3세의 공식 일정은 개선문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두 사람은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내려와 엘리제궁으로 이동, 비공개로 양자 회담을 했다.

회담장에 들어선 찰스 3세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사진 기자들을 보고 "항상 거기에 있느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찰스 3세의 초상이 새겨진 황금 메달과 1956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로맹 가리의 소설 '하늘의 뿌리'의 초판본을 선물로 준비했다.

이 소설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지구, 특히 코끼리를 보호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현재 초판본은 이 책을 포함해 85권만 남아 있다고 한다.

엘리제궁은 "이 선물은 생물 다양성을 위한 공화국 대통령과 찰스 국왕의 오랜 협력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찰스 3세는 답례로 프랑스 계몽 사상가 볼테르가 영국 망명 시절의 경험을 엮어 펴낸 '철학 편지'의 완역본을 전달했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회담 이후 두 사람은 엘리제궁에서 200m 떨어진 파리 주재 영국 대사관까지 걸어가 대사관저 정원에서 기념식수 행사를 했다.

두 사람은 이동 과정에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에게 다가가 인사하기도 했다.

英 찰스 3세 프랑스 국빈 방문…마크롱과 책 선물하며 '친교'(종합)
찰스 3세 부부의 첫날 일정은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에서 열린 국빈 만찬으로 마무리됐다.

베르사유 궁전은 루이 14세가 확립한 프랑스 절대 왕정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단두대에서 처형된 루이 16세가 사실상 부르봉 왕조의 막을 내린 곳이기도 하다.

엘리제궁은 과거 찰스 3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두 차례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이곳을 만찬 장소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빈 만찬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각계에서 엄선된 160명이 초대됐다.

영국 배우 휴 그랜트, 런던 태생의 프랑스 배우이자 가수인 샤를로트 갱스부르,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FC 감독 등이 참석했다.

英 찰스 3세 프랑스 국빈 방문…마크롱과 책 선물하며 '친교'(종합)
찰스 3세 부부의 이번 프랑스 방문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즉위 1년을 맞은 찰스 3세가 국제 무대에서 주요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애초 찰스 3세 부부는 올해 3월 프랑스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프랑스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히 벌어져 방문 직전 일정이 취소됐다.

영국 국왕의 프랑스 국빈 방문은 2014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처음이다.

찰스 3세는 2019년 왕세자 시절 노르망디 상륙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방문한 게 마지막이었고, 이번이 35번째 공식 방문이다.

찰스 3세는 21일 상원에서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현장을 둘러본다.

파리 외곽 생드니를 찾아 스포츠 협회 및 주요 인사들과도 만난다.

공식 방문 마지막 날인 22일엔 보르도로 이동, 영국·프랑스 장병들을 만나 국방 협력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유기농 포도원도 방문한다.

프랑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8천명의 경찰과 헌병대를 동원,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썼다.

21일과 22일에는 찰스 3세 부부의 동선에 따라 최대 1만2천명의 인력이 배치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