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아과 예약앱 '똑닥'이 던진 화두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의 최강자였던 프리챌의 성공과 쇠락은 드라마틱했다. 인터넷 카페와 채팅 사이트를 절묘하게 조합한 프리챌은 3년 만에 1000만 명의 회원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치솟는 인기의 달콤함은 잠시뿐이었다. 급증하는 서버 비용을 마련하느라 창업자는 동분서주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게 ‘서비스 유료화’였다. 커뮤니티 마스터(일종의 카페지기)에게 월 3000원의 이용료를 내게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1년도 안 돼 커뮤니티 수는 110만 개에서 40만 개로 쪼그라들었고 프리챌은 존재감을 잃었다.

프리챌의 유료화 시도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수익모델 실패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이 생겨났지만, 프리챌의 전철을 밟는 곳은 없다. 기껏해야 광고 또는 커머스 수수료를 챙기는 게 고작이었다. 검색광고로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조차 서비스 자체를 유료화한 적은 없다.

프리챌 전철 밟을까 '촉각'

그런 점에서 최근 소아과 진료 예약앱 ‘똑닥’의 유료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똑닥은 지난 5일부터 월 1000원의 멤버십 회원에게만 병원 접수·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입자 1000만 명을 확보한 국내 1위 의료 플랫폼 똑닥은 병·의원에 직접 가지 않고 앱으로 진료 예약을 할 수 있다. 진료 대기 순서도 알려준다. 육아맘들이 ‘소아과 오픈런’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서비스다.

똑닥이 이용자 이탈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료화를 결정한 것은 누적 적자를 더는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외부에서 조달한 수백억원의 현금은 바닥을 드러냈고 서비스 중단까지 검토했다. 이 회사는 2017년 서비스 론칭 이후 서버 비용 등으로 매년 50억~8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맘카페 등에선 볼멘소리가 잇따랐다. ‘예약·접수 기능만으로 구독료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 ‘병원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면서 왜 소비자에게 돈을 받나’ 등의 불만이었다. 환자들을 다시 소아과 오픈런으로 내모는 것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공짜 서비스는 그대로 두고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내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시장 원칙이 헬스케어 살길

이런 반발 속에서도 똑닥의 유료화 보름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현재 30만 명이 멤버십에 가입했다. 이 회사가 올 연말까지 목표한 50만 명의 절반을 넘었다. 150만 명 안팎이던 월 이용자 수도 큰 변화가 없다. 똑닥 서비스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똑닥의 서비스 유료화가 안착하면 다른 헬스케어 서비스의 유료화 시도가 탄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넷플릭스처럼 헬스케어 서비스 콘텐츠도 제값을 받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똑닥이 프리챌의 전철을 밟게 되면 어떨까. 육아맘들은 소아과 오픈런에 다시 내몰리고 병원은 대기 환자들로 더 북적거릴 것이다. 병원 예약 서비스는 돈이 안 된다는 게 입증된 만큼 똑닥을 대체할 서비스가 나오길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1000원의 마술이다. 헬스케어산업에도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시장 논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이용자도, 기업도 공생할 수 있다는 걸 똑닥이 다시 일깨워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