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우체국 한우송씨, 20여가구 반찬 배달·궂은일 찾아 해결

충북 영동우체국 집배원 한우송(54)씨에게는 수 십명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다.

"홀몸 어르신 눈에 밟혀…" 아들 노릇 자처하는 영동 집배원
배달 구역인 영동읍 중앙동과 양강면 일대 혼자 사는 노인 집을 틈날 때마다 찾아다니며 밑반찬을 챙겨주고 청소와 집수리 등도 한다.

좁은 골목이나 농로를 오가며 1천200여 가구의 우편물을 배달하기도 빠듯한 하루지만 홀몸노인의 안부를 챙기는 것은 그에게 중요한 일과다.

2000년 집배원이 된 그는 오랜 기간 투병한 모친을 극진히 모신 소문난 효자였다.

그런 효심은 업무현장으로 이어져 돌보는 이 없이 외롭게 생활하는 어르신을 보면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말벗이 돼 주고 청소, 전기 수리, 도배 등 궂은일을 찾아 해결하면서 아들 노릇을 대신했다.

그러던 중 한 할머니의 냉장고가 곰팡이 핀 반찬통 서너개로 채워진 것을 보고 밑반찬 배달을 시작했다.

반찬값을 마련하기 위해 담배를 끊고, 하루 서너잔 마시던 자판기 커피도 한 잔으로 줄였다.

그가 한 달 서너 차례 밑반찬을 넣어주는 홀몸 어르신 집은 20여가구다.

그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김치나 절임반찬을 조금씩 가져다드리는데, 반가움에 함박웃음을 짓는 어르신을 보면 더 못 챙겨드리는 게 죄송할 정도"라고 말했다.

"홀몸 어르신 눈에 밟혀…" 아들 노릇 자처하는 영동 집배원
그는 지난 11일 양강면의 한 할머니 집에 위생용품과 쌀, 라면, 화장지 등을 한가득 사 들고 찾아갔다.

얼마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앓으면서도 정신지체 아들을 돌보는 딱한 처지의 할머니다.

한씨는 "이웃들이 십시일반으로 돕고 있지만, 할머니의 형편이 너무 어렵다"며 "행정기관서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중재 영동우체국장은 "책임감이 강하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 못 하는 성격"이라고 그를 치켜세운 뒤 "우편물 배달뿐 아니라 홀몸 노인 지킴이 역할도 하는 훌륭한 직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