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행정가' 오세훈 김동연의 정치적·시대적 책무
인구 941만 명 대 1362만 명. 올해 예산 47조원과 34조원. 국무회의 발언권이 있는 특별시 수장과 외국인을 포함해 1400만 명을 돌파한 지방자치단체의 장.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는 여러모로 비교 대상이다. 역대 수장 면면도 그렇고 사회적 비중도 그렇다. 지방 정부냐, 자치단체냐 하는 논쟁은 여전하지만 이들 두 기관장에게 교통·주거·위생·저지대 챙기기나 잘하라고 주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언론 관계에서도 대중 정치인의 프리미엄을 누린다.

최근 김동연 지사의 증액 추경 발표는 그런 차원에서 일단 주목을 끈 이벤트였다. 올해 경기도 지방세 펑크가 1조9292억원에 달하는 데도 1432억원을 더 지출하겠다며 확장재정을 외쳤다. 정부의 내년도 긴축예산과 비교되면서 대립각이 형성됐다. 사대문 안 고도 규제를 풀어 강남북 균형발전을 꾀하고 한강 수변을 경제·문화 자산으로 키워나간다는 오세훈 시장의 낮은 행보와도 대조적이다. 비교거리는 많다. 일본 방류수 대응에서는 더 분명했다. 오 시장은 야당을 향해 “필요 이상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라”며 횟집 회식에 나섰다. 김 지사는 “면죄부 시찰단이 아니라 국민검증단을 보내라”며 정부를 몰아세웠다.

기대 같아서는 ‘정책’에서 비교·경쟁거리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가령 오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심소득을 역설한다. 취약계층 지원을 소득과 연계해 어떻게든 일하려는 동기를 유도하자는 것으로 오세훈 복지의 상징이다. 김 지사의 기회소득은 결이 다르다.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을 충분히 못 받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자’는 것이다. 전임 이재명표 기본소득과의 차이가 모호한 측면은 있다.

전통 미디어로 보면 경기지사는 서울시장에 비해 불리하다. 김문수 손학규 남경필 전 지사들도 툭하면 “웬만큼 좋은 발표를 해도 언론이 서울시장만큼 안 써준다”고 불평했다. 수도 특별시로, 모든 게 서울로 집중되는 한국적 특수성과 관행적 요인이 크다. 하지만 성남시장 때부터 SNS로 급성장한 정치인 이재명의 부상을 보면 미디어 환경도, 세상도 많이 변했다. 김 지사는 과거식 불평을 하기 어렵다. 논란의 와중에 자치행정권도 커졌다.

서울과 경기도는 경쟁적이면서도 공생·협조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근무처와 주거지가 양쪽에 걸친 출퇴근 주민이 많다. 나라 밖 거대 도시들의 지역 경쟁을 보면 한덩어리 메갈로폴리스 서울의 발전을 위해 손잡아야 한다. 수도권 경쟁력은 곧 한국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여차했다가는 나머지 15개 광역단체의 공적이 된다. 지방 위축 시대에 서울·경기로는 인구가 계속 밀려든다. 과밀대책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판에 지방을 의식해야 하는 고난도 처세법도 두 기관장의 덕목이다.

오 시장의 구호 ‘동행·매력’과 김 지사의 ‘성장·상생·미래’에는 공통분모가 많다. 동행·상생 모두 취약계층 배려다. 서울시 모토는 세계 5위 도시를 목표로 삼은 국제 경쟁력과 성장·미래의 함축이다. 경기도는 그런 지향점을 직접 표현했을 뿐이다. 차이라면 방법론·접근법이다.

시장·도지사로 끝내지 않겠다면 ‘행정가 오세훈과 김동연’이 염두에 둘 게 있다. 합리적 정책 개발, 이성적 정책 세일즈다. 자치에서 행정혁신의 불을 붙여보라는 것이다. 여야 차기 리더 그룹에서 선의의 경쟁으로 행정과 정치의 격을 높여보라. 괜한 정치적 제스처는 지양하고, 여의도와는 거리를 두는 게 좋다. 국민들 입에서 “그 나물에 그 밥, 도대체 선택지가 없다”는 말이 더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정치 희화, 정치에 대한 냉소가 위험 임계점에 달했다.

오 시장이 오른쪽을 지향하고, 김 지사가 왼쪽에 무게를 둬도 합리·미래·글로벌에 기반해 파이는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오 시장은 보수우파 본연의 가치를 더 다지고, 김 지사는 한국형 퇴행 좌파를 멀리하는 게 좋다. 더 중요한 것은 선동·포퓰리즘·NIMT(내 임기 중엔 불가)라는 ‘정치 3대 악’의 배격이다. 같은 여당이라고 오 시장이 정부 오류에 따끔한 지적을 못 할 이유가 없듯이 김 지사도 더불어민주당 구태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판단은 유권자 몫이다. 그렇게 국민의 진지한 미래 고민을 유도해야 한다. 아젠다 선점 경쟁에서도 키워드는 미래·성장에 자유와 선택까지 넣는 게 시대 변화에 부응한다. 좋은 정책 개발로 각각 여야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바란다. 제대로 된 정책 경쟁은 두 행정가에게 주어진 시대적·정치적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