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시장의 ‘냉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국내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확산하자 투심이 ‘꽁꽁’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르다.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배당수익률은 높아져 투자 매력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공포에 사야 한다’는 투자 시장의 격언을 얘기하는 전문가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김선우 기자
그래픽=김선우 기자

배당률 10% 리츠 속출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리츠 10개로 구성된 ‘KRX 리츠 톱(Top)10’ 지수는 올 들어 9.19% 떨어졌다. 주요 리츠 상품도 모두 약세를 보였다. NH올원리츠는 올 들어 8.71% 하락했다. 경기 분당시 분당스퀘어, 서울 당산동 에이원타워 등 도심 지역 오피스 빌딩과 도심물류센터 등 안정적인 임차인을 확보한 자산들을 담고 있는 상품이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도 올해 16.07% 빠졌다. 인천 스퀘어원 등 대형쇼핑몰과 용산 그랜드머큐어 등 호텔 등에 투자한다. 경기 수원의 광교센트럴푸르지오 등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리츠, 서울 경기 지역 오피스 빌딩을 담고 있는 이지스밸류리츠도 올 들어 각각 13.25%, 6.74% 하락했다.

시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10% 안팎으로 높아졌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NH올원리츠의 연 배당률은 10.52%,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배당률은 10.16%로 추산됐다. 미래에셋맵스리츠(10.23%)와 이지스벨류리츠(9.79%)도 배당률이 10% 안팎으로 추정됐다. 연 4% 안팎의 1년 은행 정기예금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인데, 추후 리츠 가격이 오르면 자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추가 하락 가능성 낮아

반면 리츠 가격이 추가로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리츠 가격이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극도로 높았던 지난해 말 당시의 최저점에 근접해서다. 25일 NH올원리츠 가격은 3090원으로 2022년 10월 당시 최저점인 2895원과 비슷하다. 서울 주요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2%대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대외 변수와 관계없이 오피스 빌딩 수요가 안정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공실률이 이처럼 낮게 유지될 경우 배당이 중단되거나 감액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 장기화 등 불안 요인으로 단기간 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배당수익률을 고려하면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 기회”라고 말했다. 단기 차익보다 배당과 자본 차익을 노리는 중장기 투자가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리츠 ETF로 분산투자 효과

보다 안정적인 투자 상품을 원한다면 여러 개의 리츠에 분산투자하는 리츠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는 순자산 2805억원으로 국내 리츠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롯데리츠, 신한알파리츠, 삼성FN리츠 등 9개 리츠와 국내 인프라 자산을 포함한 맥쿼리인프라 등을 담고 있다. 올 들어 가격이 8.25% 하락하면서 연분배율은 7.17% 수준으로 높아졌다.

‘ARIRANG K리츠Fn’은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롯데리츠 등 12개 리츠에 분산투자한다. 올 들어 가격이 12.82% 하락하면서 연분배율은 6.4% 수준으로 올랐다.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는 시황 등에 따라 리츠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상품이다. 현재 16개 리츠에 투자하고 있다. 연분배율은 5.8%다.

리츠 ETF는 안정성이 높은 대신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의 총보수는 0.29%, ARIRANG K리츠Fn은 0.25%다. 액티브 운용을 하는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는 수수료가 0.52%로 더 높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달 발표한 리츠 감독체계 개편 방안이 리츠 시장을 안정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이 방안은 사후관리 감독 중심의 감독체계를 사전관리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츠 시장 내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고 있어 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현시점에 리츠나 리츠 ETF를 가장 유망한 자산으로 보는 매니저가 많아지고 있다”며 “적립식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