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가 서울 도심의 새로운 관광, 쇼핑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K팝 선두 주자인 BTS(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2년 전 한강로3가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유동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K뷰티의 주역인 아모레퍼시픽도 독특한 외관의 본사 건물로 사람들이 몰린다. 대표 부촌인 한남동 일대에는 명품 매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청담동에 버금가는 ‘패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여기에 서울시가 한강로3가 옛 용산 철도 정비창 부지에 추진 중인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완료되면 이 일대가 초거대 상권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세 핫플로 떠오른 용리단길

용산구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 본사.
용산구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 본사.
20·30대 트렌드세터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역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6호선 효창공원앞역을 잇는 트라이앵글 지역이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부터 삼각지역에 이르는 300m 남짓의 한강로2가 용리단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낡은 주택과 노포가 밀집된 이 골목은 2017년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들어선 후 유동 인구가 늘면서 맛집 거리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용리단길과 용산역을 포함한 한강로1·2·3가의 유동 인구(1㏊당)는 2021년 4분기 1만3716명에서 작년 4분기 1만6004명으로 1년 새 17% 증가했다.

이 때문에 주변 상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젊은 외식 창업자들이 용리단길 주변에 가게를 열었다. 이 점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문이 나면서 상권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용산구 한강로3가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용산구 한강로3가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2017년 한강로2가 ‘래미안용산더센트럴파크’ ‘용산푸르지오써밋’ 등 초고층 아파트들이 세워진 데 이어 2021년 BTS 소속사 하이브도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낮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찾는 핫플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절정에 이른 2021년 무렵엔 베트남 요리 전문점 ‘효뜨’에 이어 캘리포니아 가정식 ‘쌤쌤쌤’, 홍콩식 바비큐를 메인으로 하는 ‘로스트 홍콩’ 등 이국적인 식당이 젊은 층을 대거 끌어들였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나이스지니데이터에 따르면 용리단길 상권의 월평균 매출은 2019년 100억5640만원에서 올해 1분기 181억 8438억원으로 80% 늘었다.

○명품 매장 속속 들어서는 한남동

인근 삼각지역도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북적이는 동네는 아니었다. 직장인이 찾는 ‘숨은 맛집’은 많았지만, 인근 이태원 일대와 비교하면 상권이 작았다. 한강로1가 A공인 관계자는 “대통령실 이전 이후 공실률이 체감할 정도로 빠르게 줄었다”며 “상가 매매 문의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패션·유통업계도 포화 상태에 가까운 서울 성수동 상권의 대안으로 삼각지역 일대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패션 플랫폼 업체 29CM과 버번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 마크 등이 잇달아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최근에는 고급 와인바들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고급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한남동도 강남을 위협하는 프리미엄 상권으로 거듭나고 있다. 6호선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 이태원로와 ‘한남동 카페 거리’는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남·이태원동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0.0%로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낮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