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기 부산 경북 등 소상공인 매출 신장에 큰 도움
낮은 인지도 '한계'…일부 지자체 배달앱 시장서 철수 '명암'

"낮은 수수료로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고 골목상권도 살리겠습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배달의민족 등 대형 중개 플랫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높은 수수료가 소비자는 물론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이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공공배달앱을 앞다퉈 출시했다.

시작은 음식 배달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해제되면서 수요가 줄기 시작하면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택시 호출, 전통시장 장보기, 정기구독 서비스, 결식우려 아동 급식지원, 지역 맛집 밀키트 판매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다양한 서비스와 공공성 강화를 무기로 진화를 거듭하며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의 경우 사업 정착에 실패해 철수하는 경우도 생겼다.

낮은 인지도라는 공공배달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며 지자체별로 명암이 엇갈리는 것이다.

진화하는 공공배달앱…음식·택시호출에서 정기구독 서비스까지
◇ 야심 찬 출발에 매출 '쑥쑥'…낮은 수수료에 소상공인들 반색
2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시는 소상공인의 중개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춘 대구형 배달앱 '대구로'를 2주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 2021년 8월 공식 출범시켰다.

대구로는 6%대 이상인 기존 민간 배달앱 중개수수료를 2%로 낮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민간 배달앱과 달리 가맹점에서 별도 광고비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월 배달 매출이 1천500만원인 소상공인은 대구로앱을 이용할 경우 매월 수수료 84만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는 대구로에 대한 시민 인지도 제고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보고 SNS 등으로 홍보를 담당할 시민 서포터즈도 출범시켰다.

시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구로는 출범 2년 만인 지난달 31일까지 회원 수는 47만3천574명으로, 가맹점 수는 1만5천816곳으로 늘었다.

총주문 건수도 461만4천433건에 이르는 등 성장세를 지속했고 매출액은 2년 동안 1천94억2천6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경기도가 선보인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2020년 12월 1일 첫 서비스를 시작한 뒤 누적 거래액이 지난 15일 3천억원을 돌파하는 등 소상공인의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를 잡았다.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도내 31개 시·군 중 자체 지역화폐와 연계해 배달앱을 운영 중인 성남시를 제외한 30개 시·군으로 확대됐으며 서울 성동구까지 진출했다.

1%의 낮은 중개수수료로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9월 2천억 원, 지난 2월 2천500억 원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3천억 원을 돌파했고 가맹점은 6만 개에 육박한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1월 식음료점과 전통시장, 지역 기업 제품 쇼핑몰을 아우르는 공공 배달앱 '동백통'을 본격 출시해 가맹점과 이용자를 점차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말 현재 1만200개 가맹점이 등록했고, 매출도 꾸준히 늘어 누적 매출액이 62억원을 넘어섰다.

동백통은 소상공인에게 가입비, 광고비,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 '제로(0)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다가 지역화폐 동백전으로 결제하면 캐시백 5% 추가 혜택을 부여해 모두 1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북도는 지난 2021년 9월 포항, 구미 등 11개 시·군에서 공공배달앱 '먹깨비'를 출범했다.

도는 출범 6개월만에 누적 거래액이 11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기간 누적 회원 수는 11만7천 명, 가맹점 수는 7천927곳, 주문 건수는 47만7천 건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도는 이어 지난해 7월부터는 울진, 영덕, 의성, 청도 등 8개 시·군으로도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운영 중이다.

규모는 작지만 기초자치단체에서 출범한 공공배달앱도 인기다.

경남 진주시는 2021년 4월 중개수수료를 2%로 낮춘 진주형 공공배달앱 '배달의 진주'를 정식 출시해 운영 중이다.

지난 13일까지 가맹점 1천12곳에 회원 3만6천360명, 거래 총액 43억400만원, 누적 주문 건수 16만525건을 기록했다.

시는 민간배달앱과 비교해 편의성이나 인지도, 기술력 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지만 출시 이후 꾸준한 관리·개선으로 이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는 앱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혼란도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라며 "상생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공공배달앱…음식·택시호출에서 정기구독 서비스까지
◇ 진화하는 공공배달앱…음식은 기본, 택시호출에서 정기구독까지
대구시는 플랫폼 업체의 과도한 수수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택시업계를 돕고 공공배달앱 대구로를 활성화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지난해 12월 '대구로택시'를 추가로 도입했다.

지역 택시 1만4천여 대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1만1천700여대가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카카오택시 앱에 가입되어 있어 독점에 따른 피해가 크고 시민 불편도 가중되는 것으로 분석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대구로택시앱을 이용할 경우 초기 6개월간 수수료를 전혀 부담하지 않고 이후에는 콜당 200원을 부담하되 월 3만원을 한도로 설정해 아무리 많이 벌어도 수수료 부담이 3만원에 그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대구로택시에 가입한 택시 수는 현재 1만500여대로 늘었고 누적 호출 건수는 135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시는 이어 최근에는 대구로를 통해 '대구 밀키트 100선'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시가 실시한 외식업소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지역 맛집 100개소의 대표 메뉴를 상품화한 것들이다.

전북 전주시는 작년 2월 말 출시 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공공 배달앱 '전주 맛배달'에서 지난 1일부터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기구독 서비스는 우선 커피, 꽃, 과일, 공연 티켓 등을 대상으로 하며, 전주시는 이를 70여개 업소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심규문 전주시 경제산업국장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패턴에 맞춰 빠르게 확산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전주형 모델로 제공하게 됐다"며 "정기구독 서비스 출시로 맛배달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공공배달앱 먹깨비를 통해 지난 5월부터 급식지원카드 결제와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결식 우려 아동 급식지원카드(참사랑카드)를 먹깨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불우한 환경에 놓인 1만여명의 아동들이 편안하게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는 지역 전통시장들의 온라인 진출을 돕기 위한 것으로 지난 5월 경산 꿈바우시장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차츰 확대할 계획이다.

진화하는 공공배달앱…음식·택시호출에서 정기구독 서비스까지
◇ 낮은 인지도로 소비자 외면…일부 지자체들 시장서 스스로 철수
대전시와 충남도는 2021년 5월부터 민간 업체와 협력해 공공배달앱을 운영했으나, 이용이 저조해지자 2년 만인 올해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대전시 경우 '휘파람' 앱 가맹점 홍보와 할인·무료배송 등을 지원하기 위해 2년간 14억원 가까운 예산을 집행했다.

하지만 가맹점 수가 비슷한 인구 규모인 광주(8천569곳)의 절반 수준인 4천328곳에 불과해 이용 실적이 적은 데다 이용 불편 민원까지 자주 제기되자 올해 4월을 끝으로 앱 운영업체와의 협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민간 배달앱 이용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공공 배달앱에 더 이상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전과 마찬가지로 2021년 5월부터 민간과 협력해 '소문난샵' 앱을 운영해온 충남도도 이용률 저조로 2년 만에 지원을 중단했다.

도 관계자는 "도내 일부 시·군은 참여하지 않은 데다 가맹점 참여도 적었다"며 "도가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때 외에는 소비자들 이용이 적어 민간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종시도 2020년 11월 4개 민간 배달앱 운영 회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이 매우 저조해 오는 11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장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경남 거제시는 '착한 배달앱'을 강조하며 출시한 공공배달앱 '배달올거제' 운영을 출시 2년도 안 돼 중단했다.

민간배달앱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배달올거제는 2021년 3월 가맹점 500여 업체로 출발했지만 이후 가맹점이 늘지 않았다.

월 매출도 6천만∼7천만원에 불과할 만큼 이용률이 저조했다.

가맹점이 적으니 이용자도 적어지는 악순환 속에 결국 지난해 12월 운영을 종료했다.

인천에서는 2020년 1월 서구가 '배달서구'를 통해 전국 최초로 공공배달앱 운영을 시작했다.

이 서비스가 안착하자 인천시는 이듬해인 2021년 7월부터 공공배달앱 '배달이음'을 내놓고 10개 군·구 전체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당시 배달이음은 도입 반년 만에 주문 건수가 100만건을 돌파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두 배달앱은 이용률이 모두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배달서구는 올해 1월부터 배달이음과 통합운영하고 있다.

배달이음은 올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주문 건수가 52만8천9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주문량이 51% 감소했다.

배달서구도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주문 건수가 25만2천6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 이상 줄었다.

진화하는 공공배달앱…음식·택시호출에서 정기구독 서비스까지
강원도가 2020년 12월 도입한 배달플랫폼 '일단시켜'는 지난 7월 말 기준 누적 주문 건수가 74만7천건에 달했다.

또 누적 가입자는 12만1천명에 매출액은 18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사적 모임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등을 위해 도입한 일단시켜는 중개 수수료와 광고료, 입점비가 없어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역 조치가 최근 해제된 데다 민간 배달앱 사용도 점차 줄어드는 점 등을 고려해 강원도는 오는 10월 말로 사업을 종료할 계획이다.

(정윤덕 이해용 우영식 백도인 민영규 이정훈 고성식 송승윤 장아름 이덕기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