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비구이위안 디폴트 견디기 어려워…연쇄효과 우려"
[흔들리는 중국경제] ③전문가들 "큰 충격 가능성…과감 부양책 필요"(끝)
휘청거리는 중국 경제가 난국을 극복하고 다시 '글로벌 성장 엔진'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중국 안팎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상황과 부동산 업계·금융권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의 폭발력을 고려하면 앞으로 중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당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최대 이슈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을 비롯한 디폴트 사태의 확산 여부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비구이위안 등의 위기가 실제 디폴트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중국 부동산 연구기관 이쥐연구원의 옌웨진 총감은 "현재 시장은 더 이상 1조(위안) 규모의 부동산 회사의 리스크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대만 매체 ET투데이에 밝혔다.

이는 이번 사태를 야기한 비구이위안의 부채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1조4천억 위안(약 255조원)에 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도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비구이위안의 채무 규모와 중국의 약한 경제회복 상황으로 인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체 시장에 연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사에는 3만3천207개의 협력업체와 7만명의 직원이 있는데 최악의 상황에서는 이들이 대량 실업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부동산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위기는 곧 중국 경제 전반의 큰 타격과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차이나의 왕리성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부동산 분야 모멘텀과 정서는 (중국 경제)성장과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부동산 시장 약화는 아마도 중국의 일상 회복과 경제 회복에서 가장 도전적인 성장의 장애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무라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 팅루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중국이 더 많은 부양책 없이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목표치인 5.0%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곤경에 처한 몇몇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와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는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해야 하며, 총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마지막 지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BS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왕타오도 부동산 분야에 주목하면서 중국이 올해 5% 성장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부동산·건설의 지속적 약세는 해당 산업 분야의 재고 정리 압력을 가중하고 소비 수요도 감소시킬 것"이라며 "이런 시나리오에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더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되풀이하며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거품을 잡으려는 정책 기조를 뚜렷이 해 왔다.

이에 따라 현재도 중국 당국은 부동산 시장을 직접 겨냥한 경기 부양책은 꺼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위기 요인의 규모와 범위를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원치 않아도 결국 대규모의 부동산 시장 지원책과 재정·통화 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푸샨 두트 경제학 교수는 독일 도이체벨레(DW)에 "중국 지도부가 비구이위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10여년간 해왔던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컨설팅회사 테네오의 가브리엘 빌다우도 중국 최고 지도부가 경제성장보다 국가안보와 기술 자립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 예상보다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이 수개월 안에 주택경기 부양책을 크게 확대해 연말까지 상황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자산관리업체 PGIM픽스트인컴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저윈 벨도 "부동산으로 인한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는 당국이 지금까지 받아들인 것보다 훨씬 더 큰 재정 부양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 당국이 곧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 경제가 부동산 문제 등으로 회복이 쉽지 않은 곤경에 처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금융권의 한 베이징 주재 전문가는 18일 연합뉴스에 "중국 경제가 일상 회복에 들어가며 기대감이 컸지만, 그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고 소비·투자 등 회복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문가는 "당국이 하반기에 내수 진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려 했지만, 최근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우려 등이 나오면서 시장의 불안이 크다"며 "부동산 문제가 중국 경제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람들이 돈이 있어도 안 쓰고 기업도 투자를 안 한다"며 "경제가 좋아져야 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소비심리, 투자심리가 살아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짚었다.

또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까지 불거져 소비 심리 회복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