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소속 임직원들의 퇴직연금 부담금을 올해부터 세 차례로 나눠 납입한다.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금융권 협회 및 금융회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수석부원장은 “기업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이 관행적으로 12월에 집중돼 연말마다 금융회사 간 과도한 적립금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말 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감원이 먼저 퇴직연금 분납을 실천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올해 사용자로서 납입할 예정인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부담금(약 300억원)의 50%를 8월과 10월에 각각 25% 분납하고 연말에 나머지 50%를 낼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날 금융회사들에 올해 퇴직연금 부담금의 40% 이상을 두 차례 넘게 나눠 내고 기존 적립금의 만기 다변화에도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말께 DB형 퇴직연금 시장에서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은 총 97조원에 달한다. 이 중 71조4000억여원은 오는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운용적립금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DB 적립금(190조8000억원)의 37%가량이다. 여기에다 기업들이 올해 납입해야 할 신규 부담금 38조3000억원 중 66.7%인 25조6000억원이 연말에 쏠릴 것으로 추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연말뿐 아니라 월말 집중도 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퇴직연금 분납이 시장 안정뿐 아니라 다양한 신규 상품 출시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각종 제도 개선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