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공개한 AI 로봇 RT-2 / 사진=뉴욕타임스
구글이 공개한 AI 로봇 RT-2 / 사진=뉴욕타임스
“장난감 중 멸종된 동물을 고르시오.”
엔지니어가 명령하자 로봇은 다양한 동물 장난감 중 공룡을 집어 들었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로봇 ‘로보틱스 트랜스포머2(RT-2)’였다. 이 로봇의 특징은 별도의 프로그래밍이나 훈련 과정 없이 명령을 이행했다는 것이다. 'AI 두뇌'를 탑재한 로봇이 보다 복잡한 일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새로운 AI 모델인 ‘로보틱스 트랜스포머(RT-2)’를 공개했다. 지난해 공개한 RT-1의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RT-2는 RT-1에 비해 새로운 작업 수행에 있어 두 배의 성능을 보였다고 구글 측은 설명했다.
RT-1은 물건을 집어서 옮기고, 서랍을 여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선 엔지니어의 프로그래밍 작업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햄버거 패티를 뒤집게 하기 위해선 일일이 행동지침을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 로봇을 훈련시켜야 했다. 이 훈련을 한 로봇에게 팬케이크 뒤집는 일을 시키려면 또다시 새로운 프로그래밍을 해야했다.

RT-2는 별도의 훈련 단계 없이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구글은 이를 ‘시각-언어-행동’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구글 연구진은 특정 작업을 하나씩 프로그래밍하는 대신 방대한 양의 인터넷 텍스트로 훈련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실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RT-2가 향상된 일반화 능력과 의미론적, 시각적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업에 필요한 가장 적합한 도구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RT-2가 LLM을 일종의 인공두뇌처럼 사용함으로써 이 같은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NYT는 소개했다.
구글이 공개한 AI 로봇 RT-2 / 사진=뉴욕타임스
구글이 공개한 AI 로봇 RT-2 / 사진=뉴욕타임스
실제로 엔지니어가 독일 미국 등의 국기를 펼쳐 놓은 뒤 ‘폭스바겐 장난감 자동차를 독일 국기로 이동시키라”고 명령하자 RT-2는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를 인식해 차량을 집어든 뒤 독일 국기 위에 올려놨다. 이런 방식으로 이 로봇은 여러 물건 중에 바나나껍질, 과자봉투 등 쓰레기를 스스로 구분해 이를 주워서 버릴 수도 있다.
구글에서 AI 개발을 맡은 딥마인드의 로봇 사업 책임자 빈센트 반호크는 “RT-2는 대량의 데이터에서 지식을 습득했기 때문에 이미 쓰레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며 “별도의 훈련을 받지 않아도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에 대한 개념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현재 RT-2 로봇을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이 로봇이 창고에 투입되거나 의료기기를 다룰 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탁물을 정리하고, 식기 세척기를 돌리고, 집안을 청소하는 도우미로 배치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각에선 RT-2의 오작동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구글 측은 이에 대해 “RT-2는 다양한 안전 기능이 창작돼 있어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작동을 멈춘다”며 “센서를 부착해 사람이나 물체와의 충돌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