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초대석에 모셔 이야기 나눠봅니다. 실장님, 어서오세요.

하반기 한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요.

이번 세법개정안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무게를 실었다고 보이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또, 전체적으로 감세 기조를 유지했는데요. 세율인상 등 세수 확충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하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정정훈 세제실장>

이번 세법개정안은 민간 중심의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또 '민생경제 회복' 차원에서 서민·중산층 세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농어민과 농업에 대한 지원과 '선제적인 미래 대비'를 위해 청년층의 결혼·출산·양육 지원 강화에도 무게를 뒀습니다.

지금은 경제활력을 높이고 민생안정을 위한 조세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보는데요.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세수의 선순환 흐름이 복원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세수부족을 만회하기 위한 무리한 증세는 오히려 경기회복을 늦출 우려가 있습니다.

<앵커>

이번 세법개정을 통해 물가 상승률에 따라 자동으로 세금이 올라가는 맥주·탁주 주세율의 물가연동제 폐지도 추진되는데요. 현재의 방식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또 이번엔 국회에서 필요할 경우 세율조정을 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유권자 반발을 의식한 국회가 세율 조정에 적극적이지 않아 실질적인 가격인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를 방지할 장치가 있나요?

<정정훈 세제실장>

기본적으로 정량세가 적용되고 있는 맥주, 탁주 경우에는 지금까지는 매년 소비자 물가 상승에 따라서 주세를 강제적으로 조정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니 실질적인 원재료값 상승 없음에도 불구하고 맥주값, 소주값이 세제 개편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물가 연동제는 아예 폐지를 하고 필요하면 국회에서 기본 세율을 고치든지, 아니면 국회에서 여러가지 고치는 데 있어서 환경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응하기 위해서 저희들이 30% 탄력세율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탄력세율에 따라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세금과 차이나 전체적인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서 적절하게 운영할 생각입니다.

<앵커>

출산·결혼 지원책도 이번 세법개정안의 주요 관전 포인트인데요.

결혼자금으로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1억원 한도에서 추가 공제하고, 공제기간을 혼인 전 2년과 혼인 후 2년 이내로 정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또 이를 두고 부의 대물림이나 상대적 박탈감, 부자감세를 거론하는 비판 여론이 있고, 증여세 면제를 위해 제도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정정훈 세제실장>

혼인 증여재산 추가 공제 한도를 1억원으로 정한 건, 일반적으로 결혼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신혼집 마련이고, 전세가격 평균 수준을 반영한 것입니다.

또 공제기간을 혼인 전후 2년으로 한 이유는 결혼비용에 대한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상 일반 증여재산 공제와 같이 공제기간을 장기간 설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번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 상향은 우리나라 증여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점, 부모입장에서 자녀의 결혼비용을 지원하는 현실, 해외사례 등 감안한 것이고요.

때문에 혼인 증여재산 공제를 단순히 부자감세, 부의 대물림 등으로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혼과 결혼의 반복 등 증여세 면제 제도에 대한 악용 가능성에 대해선 증여세 탈루 또는 포탈한 경우, 적발 시 본세 뿐만 아니라 가산세를 추징하고 혼인공제 혜택도 없애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앵커>

부동산 양도세 중과 개편과 관련해선 다소 수위 조절한 듯한데요. 이번 세법개정에 다주택자와 단기보유 양도세 중과 개편안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정훈 세제실장>

현재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고 있는 추세지만 다양한 상·하방 요인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시장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양도세 체계 관련 개정은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과거에 다주택자 중과를 폐지할 때에도 다주택자 중과 유예 후 중과를 폐지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추진한 바 있고요.

정부는 그동안 ‘양도세 개편 전문가 TF'를 운용해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관계기관 간 협의도 추진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양도세 체계 개편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입니다.

<앵커>

이번에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현행 상속세제를, 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등 상속세 개편 내용은 빠졌는데요.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와 경영계 등에선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상속세 개편에 대한 필요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또 개편 계획이 있는지요?

<정정훈 세제실장>

현재 조세형평 제고, 과세체계 합리화, 선진국 추세 등을 감안해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다만, 유산취득세 전환은 지난 70년간 유지돼 온 상속세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
"증여세 부담 OECD 최고...결혼자금 공제, 부자감세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