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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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울산에선 소포를 개봉한 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서울 서초와 명동, 인천, 제주 등에서도 관련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독성 기체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검사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로 봉투와 공기 시료를 보냈다.

21일 경찰청은 “울산에서 해외 배송된 노란색 우편물을 개봉한 시민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 사건 이후 전국에서 해외 우편물 배송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편물에는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 ‘CHUNGHWA POST’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대만에서 배송된 수상한 소포가 서초우체국에 보관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 특공대가 확인한 결과 내용물은 냄새가 없는 반죽 형태의 물품으로 폭발물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서초구 방배동에 거주하는 시민이 “주문하지 않은 소포가 대만에서 도착했다”고 신고했다.

이날 명동중앙우체국과 은평우체국에서도 비슷한 소포가 발견돼 소란이 있었다. 명동 서울중앙우체국에서는 1700명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경찰은 소포를 군에 넘겨 성분을 분석하기로 했다. 또 인천에서 대만발 우편이 왔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고, 충북 괴산에서도 “외국에서 주문하지 않은 수상한 택배가 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대만발 국제 우편물로 추정되는 노란색 소포를 개봉한 시설 관계자 3명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격리병상에 입원 중이며 증세가 호전돼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없다.

경찰은 봉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독성 기체에 노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봉투와 공기 시료를 국방과학연구소로 보냈다. 울산 복지시설에 도착한 소포엔 수취인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었지만 해당하는 직원과 이용자는 없었고 전화번호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쇼핑몰 실적을 조작하기 위해 아무에게나 물건을 발송하는 ‘브러싱캠’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우체국을 통해 소포가 배송된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우편물을 받으면 개봉하지 말고 가까운 경찰관서나 112로 즉시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발송된 우편물이 비닐 등으로 이중 포장돼 있거나 본인 또는 가족이 주문하지 않았다면 일단 의심하고 취급을 주의해 달라”며 “국내에 반입된 비슷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은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