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이어 스레드까지…유행 따라가기란 참 피곤한 일이네요"

20대 직장인 유모 씨는 과다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으로 'SNS 피로증후군'을 앓게 됐다. 또래 친구들보다 뒤늦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해 SNS에 흥미를 들이게 된 유 씨는 얼마 전 메타에서 새롭게 출시한 텍스트 기반의 SNS '스레드'를 계기로 SNS 전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유 씨는 "이제 새로운 SNS가 나오면 겁부터 난다. 친구들 대부분이 소통의 수단으로 SNS를 사용하다 보니 계정을 만들거나 활동하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뒤처질까 봐 걱정됐다"면서도 "이젠 정말 지치는 것 같아 아예 모든 SNS 계정을 삭제할까 고민 중인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MZ세대 '신흥 놀이터'?…지쳐서 떠나가는 이들도


SNS 피로증후군이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를 사용하면서 과다한 정보를 공유함에 따라 발생하는 피로감을 뜻하는 신조어다. SNS를 통해 접하는 과한 정보와 개인의 사생활까지 공유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끼칠 정도로 느껴지는 피로감에 해당한다.

지난 6일 출시된 스레드는 MZ(밀레니얼+Z)세대 사이 텍스트로 자신의 기분과 상황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MZ세대의 '신흥 놀이터'가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스마트폰(Android+iOS)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스레드 앱 설치자 수는 출시일인 지난 6일 22만명에서 지난 11일 107만명으로 385%나 뛰었다.

스레드가 무서운 속도로 젊은 사람들의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SNS가 일상화가 된 것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NS 피로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는 것은 앞서 몇 년 전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SNS 계정을 보유한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31.7%는 SNS 피로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SNS 피로증후군을 느끼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별다른 실속이 없는데 SNS 관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40.9%·중복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많은 정보 때문에 피곤함을 느낀다'(33.0%),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습만 골라서 자랑하듯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짜증 난다'(32.1%),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부담감을 느낀다'(31.9%) 등이 뒤를 이었다. '타인의 일상생활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28.6%)'도 SNS를 떠나가는 중요한 이유로 거론됐다.

직장인 김모 씨(29)는 "친구들이 새로 생긴 스레드로 약속 때 먹을 메뉴를 정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도 "원래 SNS 하는 것을 즐기진 않지만, 이제는 정말 소통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 된 것 같아서 오히려 지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 씨(26)는 "SNS가 다 거짓이라는 느낌이 들고 쓸데없는 정보와 광고 등 시간 낭비 요소가 많다는 걸 느꼈다"며 "그래서 페이스북은 이미 삭제했고, 주변 친구 중에는 자기 과시하는 모습에 지친 친구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 숨기기 기능을 사용하는 걸 봤다"고 전했다.

SNS 떠나는 사람들…'덤폰' 뭐길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과 영국의 Z세대 사이에서는 SNS 피로증후군을 느끼는 이들을 중심으로 '덤폰(Dumb Phone)'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CNBC는 "덤폰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타고 있진 않지만, 미국에서는 다른 이야기"라며 "노키아(Nokia)의 제조사인 에이치엠디 글로벌(HMD Global)과 같은 회사들이 2000년대 초에 출시한 것과 유사한 수백만 대의 모바일 기기가 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덤폰은 스마트폰과 달리 전화, 문자 메시지에 GPS, 음악 재생 등 기본 기능만 갖춘 구형 피처폰에 해당한다. 지난달 26일 유럽 매체 유로뉴스는 "스마트폰 화면에 지친 특정 Z세대들이 SNS와 같이 그들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 예시로 "덤폰을 이용하는 등 플립형 기기로 오프라인 세계의 즐거움을 재발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키아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 중 하는 자기 삶, 자신의 디지털 라이프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덤폰으로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디지털 디톡스는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기간을 말하는데, 미국의 소셜뉴스 커뮤니티 레딧(Reddit)은 최근 "일부 Z세대가 스마트폰 스크린에 지친 탓에 정신건강을 위해 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디지털 노출이 집중력 저하와 불면증과 즉각적 대응에 대한 스트레스, 물리적인 사회생활 등에 문제가 됨을 인지하고 스스로 디지털 생활에 제한을 두고자 한다는 것.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SNS를 모두 다 따라가고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현대인들의 피로감만 증폭시키는 것"이라며 "SNS는 우리가 수동적으로 참여하거나 쫓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