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1호 포항종합제철은 1988년 6월 주식시장에 상장하자 마자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30년 가까이 시총 5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포스코는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 파고 속에 시총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한물간 주식으로 잊혀지는 듯 했다.

요즘 포스코가 35년 전 국민주 처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자들은 철의 포스코가 아니라 소재의 포스코에 열광 하고 있다.

포스코 자회사 중 50여 년간 제철용 내화물과 생석회를 만들던 포스코켐텍 이란 회사가 있다. 불과 3년 전 포스코켐텍은 연 매출 1조원대 수백억 원 영업이익을 내는 평범한 회사였지만 지금은 이 정도 규모의 매출과 이익을 연간이 아닌 한 분기에 내고 있다.

3년 전엔 시가총액 5조원으로 상장사 50위권에 겨우 턱걸이 했지만 지금은 시가총액이 30조원까지 불어 시총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제조업 기반 회사의 기업가치가 3년만에 5~6배 성장하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양극재 원료와 배터리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양극재 원료와 배터리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포스코켐텍이란 회사명은 포스코케미칼로, 다시 지금의 포스코퓨처엠으로 바뀌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리튬·니켈 등 광물부터 양극재·음극재 등 핵심 소재까지 모두 커버하는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기 포스코 회장 선임을 위한 레이스가 사실상 시작됐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정치인, 경제 관료, 철강 토목 전문가 등 수십명의 명단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과 경력에서 전기차 시대 이차전지와 최첨단 소재 라는 '뉴 포스코'에 대한 깊은 이해는 읽히지 않는다.

친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한 경제단체장에게 포스코 차기 회장의 조건을 물었다. 그는 "전기차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이 필요하다"며 "정치권 올드보이와 철강 및 토목 전문가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주변 철새는 물론, 과거 패러다임을 고집할 수 있는 철강과 토목 전문가도 부적격이라는 것이다.

그의 답변에 조금 안심 되면서도 "포스코가 통신회사인 KT 보다 만만하다"는 예비 낙하산들의 거침없는 세평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7월3일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 기념식
7월3일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 기념식
이성경산업부장 sk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