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인 차량 리스(임대) 및 장기 렌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가격이 꼽힌다. 기업 처지에선 이용 차량은 같은데 대당 비용이 10원이라도 저렴한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을 장악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선두주자를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쉽지 않은 이유다.

추격 발판 마련한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FMS 혁신'…고객사 15배 급증
법인 차 리스 전문업체이자 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캐피탈은 3년 전 차량 관제시스템(FMS)을 혁신하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10일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FMS 가입 법인 수는 2021년 60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900개로 1년 반 만에 15배 급증했다. 김병진 현대캐피탈 오토법인사업실 실장은 “올해는 가입 법인 수가 1000곳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FMS가 비(非)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업 간(B2B) 시장 지위를 확장하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법인 차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FMS는 업체별로 차별화되지 않았다. 차량 운행률, 운행 분석, 주유 기록 등 기본적인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대캐피탈의 FMS 역시 처음에는 비슷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진출해 몸집을 키운 대형 렌트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법인 차 시장에서 차별점이 크지 않은 서비스로는 고객사를 늘리기 어려웠다. 개인 자동차 금융 1위 기업인 데다 탄탄한 계열사까지 갖춘 현대캐피탈조차 한 해 법인 고객이 10개 늘어나는 데 그친 때도 있었다.

1 대 1 맞춤형 서비스 제공

현대캐피탈 'FMS 혁신'…고객사 15배 급증
현대캐피탈은 고객사마다 차량을 운영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을 포착하고 FMS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온라인 쇼핑몰 A사는 직접 배송트럭을 구매해 운영했는데 물류센터별로 배치한 차량의 운행률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기로 운행기록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이 회사 배송트럭의 일부를 리스로 전환하면서 FMS를 통해 물류센터 단위로 차량별 운행률을 집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운행률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 A사는 배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식품업체 B사 역시 영업 차량 50대를 직접 구입해 운영했다. 영업사원에게 한 대씩 지급했는데 운행률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비용 누수를 감수하고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차량을 50대에서 30대로 줄이고, FMS에서 카셰어링 기능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영업사원들이 필요한 시간에 사내 카셰어링으로 차량을 활용하도록 하면서 ‘노는 차량’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현대캐피탈의 FMS에 대한 호응이 커지면서 고객사는 최근 2년 새 택시업체인 진모빌리티와 빙그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김 실장은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 의료 등 희망 고객사별로 법인 차 운영을 위한 요구사항이 다르다”며 “현재 산업군별로 특화한 FMS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김병진 현대캐피탈 오토법인사업실 실장
김병진 현대캐피탈 오토법인사업실 실장
현대캐피탈은 개인 금융 부문이 정체된 상황에서 법인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목진원 현대캐피탈 대표(사진)도 법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대기업의 30%, 중소기업의 50%는 여전히 법인 차를 직접 구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은 선진국 대비 기업의 차량 리스·렌트 비중이 작아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하는 분위기도 법인 사업에 탄력을 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법인 차를 전기차로 운영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FMS에 전기 충전 상태 관리, 비용 및 운행 관리 등 전기차에 특화한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