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에 맞서다] ⑨ 푸른 눈의 신부, 소멸에 맞설 '치즈'를 선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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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신부·주민들, 60년 전 돌산 뚫고 치즈 생산…불모지에 낙농업 일궈
명성 떨친 '임실 치즈' 힘입어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전국 1위
치즈 활용한 테마파크 등 관광객 몰려…'낙농·가공·관광' 입체산업 육성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1편씩 기획기사를 송고합니다.
] "저기가 어떻게 1등을 한 거야?"
올해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될 때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의 고향을 비롯해 현재 주거지 이외의 지역에 기부금을 내고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심각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시행됐다.
당연히 출향민이 많거나, 유명 관광지가 있어 인지도가 높은 지역에 기부금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의외였다.
제도 시행 후 3개월간 모금 실적에서 전북 임실군이 3억1천500만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자체 평균인 5천300만원의 6배에 달하는 액수다.
낙후된 전북에서도 인구가 적기로 손꼽히는 임실군은 어떻게 '기적'을 썼을까.
◇ 푸른 눈의 신부, 한국 최초의 치즈를 만들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1964년. 임실성당에 한 외국인 신부가 부임한다.
그때로선 생경한 벨기에라는 나라에서 온 그의 이름은 디디에 세르반테스.
당시 임실군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평야가 적고 산지가 많아 농사를 짓기 쉽지 않은 땅이었다.
비옥한 토지에 물산이 넘쳐나는 호남평야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던 이웃 지역과는 다른 처지에 대대로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척박한 땅에서 세르반테스 신부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산지가 많은 지형을 활용해 산양을 기르기로 마음먹고 유럽에서 산양 두 마리를 직접 들여왔다.
마을 청년들과 함께 젖을 짜 도시에 내다 팔다가 1967년 드디어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 상품을 개발했다.
이어 1968년에는 균일한 맛과 품질을 가진 프랑스식 카망베르 치즈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풍미 있는 숙성치즈를 만들고 싶었던 신부는 주민들과 함께 정과 망치로 산에 굴을 파기 시작했다.
치즈를 숙성하려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당시에는 전기를 이용한 습도 조절 시설을 갖출 수 없어 택한 고육지책이었다.
돌산을 뚫는 고된 작업 끝에 길이 21.8m 땅굴이 만들어졌다.
신부는 1970년 이곳에서 최소 2개월 이상 숙성이 필요한 체더 치즈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세르반테스 신부는 곧장 신선한 치즈를 들고 서울로 가 호텔과 음식점을 돌며 판로를 개척했다.
청정 자연에서 짜낸 원유로 만든 치즈는 금세 인기를 끌었다.
잇따른 계약으로 원유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이에 산양 대신 젖이 풍부한 젖소를 기르게 됐다.
이후 독일에서 생산설비를 도입, 새로운 치즈 공장을 지어 대량 생산에 나섰다.
이제는 '지정환'이라는 한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세르반테스 신부와 주민들의 유산은 '임실N치즈'라는 이름으로 남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신부의 후예들, 현대식 낙농업을 키워내다
장맛비가 그치고 폭염이 찾아온 지난 3일 임실군에 있는 이플농장을 찾았다.
이플은 '청순하고 소박하다'는 뜻이 담긴 순우리말이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젖소들은 두꺼운 샌드위치 패널 지붕이 선물한 그늘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한가하게 쉬고 있었다.
농장 입구까지 나와 반갑게 맞이한 송기봉(71) 대표는 원유와 유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낙농 전문가다.
1981년 젖소 3마리로 목장을 세워 이제는 현대식 목장과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전기 시설이 없어 돌산을 뚫어 치즈 숙성시설을 만들던 임실군의 낙농업은 이제 첨단 낙농 기법과 현대식 시설을 갖춘 수준으로 발전했다.
송 대표는 "젖소들이 더 좋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축사에서 젖소들이 밥을 먹는 곳과 쉬는 곳마저 따로 분리한다"며 "치즈 제품을 최초로 생산한 지역이라는 자부심으로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와 같이 질 좋은 유제품 생산에 대한 열정이 큰 주민들은 치즈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연수를 다녀온다.
송 대표 또한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방문해 현지 기술과 노하우를 익혔다.
농장을 나와 읍내에 있는 임실치즈농협 공장으로 향했다.
미리 견학을 신청했는데도 공장에 들어가는 절차는 번거로웠다.
출입자 성명과 연락처를 적고 나서 신발을 갈아신고 소독을 마친 후에야 2층 창문으로 공장 내부를 들여다보는 게 허락됐다.
원래 이렇게 까다롭냐고 물어보니 "식품을 만드니깐요"라는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치즈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은 청결하게 느껴졌다.
빛이 날 정도로 닦인 기계 사이로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바삐 오가며 제품을 만들었다.
공장에서는 까다로운 검사를 마친 1등급 원유에 발효를 돕는 효소·미생물 등을 넣고 건조와 숙성 등을 거쳐 치즈를 만든다.
대부분 기계화 공정이어서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이 공장은 하루에 피자치즈와 스트링 치즈, 생 모차렐라 치즈 등 7t 상당의 유제품을 생산한다.
치즈농협 강창호 과장은 "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만 40명 정도 된다"며 "원유를 생산하는 농민과 가공, 생산, 판매하는 주민을 합치면 지역에서 치즈가 차지하는 위상이 실감 날 것"이라고 했다.
◇ 치즈가 준 선물…'낙농·가공·관광'으로 소멸위기 맞선다
'고향사랑기부액 전국 1위'라는 임실군의 기적도 임실치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부제 시행 후 임실치즈는 전국 농축산물 답례품 중 제주 감귤에 이어 선호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임실군에 기부한 사람의 40% 이상이 치즈 또는 요구르트를 답례품으로 선택했다.
임실군은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임실치즈를 답례품으로 선정한 게 전국 1위 기부액 달성에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실군의 포부는 고향사랑기부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낙농'과 '가공'에 '관광'까지 겸한 입체산업을 키우면서 치즈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사실 임실군의 인구도 다른 지자체처럼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2015년 3만 명을 넘었던 인구가 지난해 2만7천 명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었다.
인구 감소에 맞선 임실군의 전략은 바로 '관광인구'의 육성이다.
관광지로 이름난 스위스 중소도시 아펜젤을 모델로 해 장장 8년의 사업 기간을 거쳐 2012년 문을 연 임실치즈테마파크는 그 전략의 핵심이다.
테마파크는 치즈를 직접 만들고 쌀 피자 만들기, 산양 먹이 주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더구나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아 가족 단위 관광객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 치즈테마파크 입장객 수는 211만 명을 넘어 군 전체 인구의 100배에 육박했다.
치즈 축제가 열리는 10월에는 나흘 동안 전국에서 50만 명이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던 시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치즈테마파크에서 만난 김선희(42) 씨는 "아이들이 워낙 치즈를 좋아해서 경남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생각보다 체험할 것도 많고 치즈도 신선해서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해했다.
임실군은 치즈테마파크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지를 발굴하고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절경이어서 사진작가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옥정호 붕어섬에 출렁다리를 개통했다.
그동안 배를 타지 않고는 갈 수 없었던 붕어섬을 420m 현수교로 연결해 접근성을 한껏 높였다.
섬에는 사계절 생태공원과 산림욕장도 조성했다.
지난해 관광객 810만 명이 다녀간 임실군은 관광 수요의 급증으로 조만간 '관광객 1천만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농사조차 어려웠던 불모지가 원유(原乳) 생산과 치즈 가공, 관광산업 등이 함께 어우러진 복 받은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심민 임실군수는 "앞으로 임실군이 치즈 산업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명성 떨친 '임실 치즈' 힘입어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전국 1위
치즈 활용한 테마파크 등 관광객 몰려…'낙농·가공·관광' 입체산업 육성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1편씩 기획기사를 송고합니다.
] "저기가 어떻게 1등을 한 거야?"
올해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될 때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의 고향을 비롯해 현재 주거지 이외의 지역에 기부금을 내고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심각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시행됐다.
당연히 출향민이 많거나, 유명 관광지가 있어 인지도가 높은 지역에 기부금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의외였다.
제도 시행 후 3개월간 모금 실적에서 전북 임실군이 3억1천500만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자체 평균인 5천300만원의 6배에 달하는 액수다.
낙후된 전북에서도 인구가 적기로 손꼽히는 임실군은 어떻게 '기적'을 썼을까.
◇ 푸른 눈의 신부, 한국 최초의 치즈를 만들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1964년. 임실성당에 한 외국인 신부가 부임한다.
그때로선 생경한 벨기에라는 나라에서 온 그의 이름은 디디에 세르반테스.
당시 임실군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평야가 적고 산지가 많아 농사를 짓기 쉽지 않은 땅이었다.
비옥한 토지에 물산이 넘쳐나는 호남평야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던 이웃 지역과는 다른 처지에 대대로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척박한 땅에서 세르반테스 신부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산지가 많은 지형을 활용해 산양을 기르기로 마음먹고 유럽에서 산양 두 마리를 직접 들여왔다.
마을 청년들과 함께 젖을 짜 도시에 내다 팔다가 1967년 드디어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 상품을 개발했다.
이어 1968년에는 균일한 맛과 품질을 가진 프랑스식 카망베르 치즈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풍미 있는 숙성치즈를 만들고 싶었던 신부는 주민들과 함께 정과 망치로 산에 굴을 파기 시작했다.
치즈를 숙성하려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당시에는 전기를 이용한 습도 조절 시설을 갖출 수 없어 택한 고육지책이었다.
돌산을 뚫는 고된 작업 끝에 길이 21.8m 땅굴이 만들어졌다.
신부는 1970년 이곳에서 최소 2개월 이상 숙성이 필요한 체더 치즈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세르반테스 신부는 곧장 신선한 치즈를 들고 서울로 가 호텔과 음식점을 돌며 판로를 개척했다.
청정 자연에서 짜낸 원유로 만든 치즈는 금세 인기를 끌었다.
잇따른 계약으로 원유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이에 산양 대신 젖이 풍부한 젖소를 기르게 됐다.
이후 독일에서 생산설비를 도입, 새로운 치즈 공장을 지어 대량 생산에 나섰다.
이제는 '지정환'이라는 한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세르반테스 신부와 주민들의 유산은 '임실N치즈'라는 이름으로 남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신부의 후예들, 현대식 낙농업을 키워내다
장맛비가 그치고 폭염이 찾아온 지난 3일 임실군에 있는 이플농장을 찾았다.
이플은 '청순하고 소박하다'는 뜻이 담긴 순우리말이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젖소들은 두꺼운 샌드위치 패널 지붕이 선물한 그늘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한가하게 쉬고 있었다.
농장 입구까지 나와 반갑게 맞이한 송기봉(71) 대표는 원유와 유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낙농 전문가다.
1981년 젖소 3마리로 목장을 세워 이제는 현대식 목장과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전기 시설이 없어 돌산을 뚫어 치즈 숙성시설을 만들던 임실군의 낙농업은 이제 첨단 낙농 기법과 현대식 시설을 갖춘 수준으로 발전했다.
송 대표는 "젖소들이 더 좋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축사에서 젖소들이 밥을 먹는 곳과 쉬는 곳마저 따로 분리한다"며 "치즈 제품을 최초로 생산한 지역이라는 자부심으로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와 같이 질 좋은 유제품 생산에 대한 열정이 큰 주민들은 치즈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연수를 다녀온다.
송 대표 또한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방문해 현지 기술과 노하우를 익혔다.
농장을 나와 읍내에 있는 임실치즈농협 공장으로 향했다.
미리 견학을 신청했는데도 공장에 들어가는 절차는 번거로웠다.
출입자 성명과 연락처를 적고 나서 신발을 갈아신고 소독을 마친 후에야 2층 창문으로 공장 내부를 들여다보는 게 허락됐다.
원래 이렇게 까다롭냐고 물어보니 "식품을 만드니깐요"라는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치즈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은 청결하게 느껴졌다.
빛이 날 정도로 닦인 기계 사이로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바삐 오가며 제품을 만들었다.
공장에서는 까다로운 검사를 마친 1등급 원유에 발효를 돕는 효소·미생물 등을 넣고 건조와 숙성 등을 거쳐 치즈를 만든다.
대부분 기계화 공정이어서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이 공장은 하루에 피자치즈와 스트링 치즈, 생 모차렐라 치즈 등 7t 상당의 유제품을 생산한다.
치즈농협 강창호 과장은 "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만 40명 정도 된다"며 "원유를 생산하는 농민과 가공, 생산, 판매하는 주민을 합치면 지역에서 치즈가 차지하는 위상이 실감 날 것"이라고 했다.
◇ 치즈가 준 선물…'낙농·가공·관광'으로 소멸위기 맞선다
'고향사랑기부액 전국 1위'라는 임실군의 기적도 임실치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부제 시행 후 임실치즈는 전국 농축산물 답례품 중 제주 감귤에 이어 선호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임실군에 기부한 사람의 40% 이상이 치즈 또는 요구르트를 답례품으로 선택했다.
임실군은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임실치즈를 답례품으로 선정한 게 전국 1위 기부액 달성에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실군의 포부는 고향사랑기부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낙농'과 '가공'에 '관광'까지 겸한 입체산업을 키우면서 치즈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사실 임실군의 인구도 다른 지자체처럼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2015년 3만 명을 넘었던 인구가 지난해 2만7천 명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었다.
인구 감소에 맞선 임실군의 전략은 바로 '관광인구'의 육성이다.
관광지로 이름난 스위스 중소도시 아펜젤을 모델로 해 장장 8년의 사업 기간을 거쳐 2012년 문을 연 임실치즈테마파크는 그 전략의 핵심이다.
테마파크는 치즈를 직접 만들고 쌀 피자 만들기, 산양 먹이 주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더구나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아 가족 단위 관광객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 치즈테마파크 입장객 수는 211만 명을 넘어 군 전체 인구의 100배에 육박했다.
치즈 축제가 열리는 10월에는 나흘 동안 전국에서 50만 명이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던 시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치즈테마파크에서 만난 김선희(42) 씨는 "아이들이 워낙 치즈를 좋아해서 경남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생각보다 체험할 것도 많고 치즈도 신선해서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해했다.
임실군은 치즈테마파크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지를 발굴하고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절경이어서 사진작가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옥정호 붕어섬에 출렁다리를 개통했다.
그동안 배를 타지 않고는 갈 수 없었던 붕어섬을 420m 현수교로 연결해 접근성을 한껏 높였다.
섬에는 사계절 생태공원과 산림욕장도 조성했다.
지난해 관광객 810만 명이 다녀간 임실군은 관광 수요의 급증으로 조만간 '관광객 1천만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농사조차 어려웠던 불모지가 원유(原乳) 생산과 치즈 가공, 관광산업 등이 함께 어우러진 복 받은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심민 임실군수는 "앞으로 임실군이 치즈 산업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