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말부터 1년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목적으로 받는 대출에 한정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역전세(전셋값이 기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지는 것)로 인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 따른 대책이다.

집주인 대출 숨통 트이나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4일 발표했다. 전세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 목적 대출에 한정해 대출 규제를 푸는 게 핵심이다. 개인의 경우 DSR 40% 대신 DTI 60%를 적용하고, 임대사업자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연간 임대소득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수치)를 기존 1.25~1.5배(규제지역)에서 1배로 낮추기로 했다.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의 규제 완화 대상은 보증금 반환 날짜가 돌아오는데 역전세 상황에 부닥친 집주인이다. 서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를 보유한 A씨의 사례를 들어보자. 마래푸 전용 59㎡의 최근 3개월 평균 전셋값은 약 6억4000만원이다. 2년여 전 7억3000만원에 전세를 내준 A씨는 조만간 세입자에게 90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 당장 현금 9000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 소득 5000만원인 A씨는 연 5% 금리로 5000만원의 신용대출과 30년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1억5000만원(금리 연 4%)이 있다. A씨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총 약 2109만원(주담대 859만원+신용대출 1250만원)이다. 이 경우 DSR이 약 42.2%(2109만원÷5000만원)가 된다. DSR이 40% 이내였던 대출이 금리가 오르면서 40%를 초과했고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DTI 60%를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DTI는 주택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에 다른 대출의 이자 상환액을 더해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다른 대출의 원금 상환액까지 포함하는 DSR보다는 느슨하기 때문에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난다. DTI 60%를 고려하면 A씨는 연간 주담대 원리금과 신용대출 이자를 합해 3000만원(5000만원×6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현재 A씨의 연간 주담대 원리금(860만원)과 신용대출 이자(250만원) 합계는 1110만원이다.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로 연간 원리금 1890만원(3000만원-1110만원)까지 추가 대출을 받을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A씨가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을 30년 만기에 연 4%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3억3000만원을 추가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담보 인정 비율(LTV) 70% 규제를 고려하면 A씨가 실제로 추가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1억4600만원이다. 아울러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은 보증금 차액 내 지원이 원칙이어서 A씨는 필요한 9000만원까지만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역전세로 집주인이 추가로 물려줘야 하는 금액은 평균 7000만원 수준"이라며 " 충분히 역전세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추가로 대출받은 금액은 전세금 반환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세 부담 완화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부동산세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작년 수준인 60%로 유지하기로 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나 재산세 같은 보유세를 매길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공시가격에서 각종 공제를 하고 남은 금액에 이 비율을 곱하면 과세표준이 된다. 과세표준에서 세율을 곱한 만큼이 세액으로 정해진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려가면 세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난다.

현행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기준 60%다. 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2018년까지 이 비중은 80%였다가 부동산값이 치솟자 문재인 정부는 투기를 막겠다며 2019년 85%, 2020년 90%, 2021년 95%로 끌어올렸다. 윤석열 정부는 세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걸 예방하겠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 60%로 낮췄다.

다만 올해는 세수 확보 차원에서 이를 다시 80%로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이에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2020년 수준으로 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하는 게 목표"라며 "2020년 주택분 종부세는 1조5000억수준이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유지하면 올해도 당시와 비슷한 규모의 세수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청년·신혼부부 등에 대한 주거 지원도 강화한다. 올해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전세자금 공급액을 기존 21조원에서 44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 근로자에 대한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납입 한도를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이고, 무주택 청년 대상 우대금리(주택청약종합저축 대비 최대 1.5%포인트)와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계속 제공한다.

아울러 이달까지 청년층 대상으로 전세금 반환보증료를 30만원까지 전액 지원한다. 청년층 대상 장기 주담대 상품을 확대하고, 청년층의 미래 소득(상환능력)을 고려한 체증식 분할 상환 방식의 도입을 유도할 방침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