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이탈 막고 늑장·음주 승객 달래며 정시 탑승 고군분투
"최선 다해 신속·안전 탑승 도와…마지막까지 좋은 추억 쌓길"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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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항공기가 이륙해 정해진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선 수많은 항공 관계자가 손발을 맞춰야 한다.

[제주공항 사람들] (21)"면세점 쇼핑하다 탑승 지연…매너가 좋은 여행을"
오케스트라 협연이 이뤄지듯 약속된 규정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항공기가 출발·도착하는 과정에 필요한 모든 지상의 업무를 담당하는 항공지상조업(aircraft ground handling) 근로자들이 있다.

그들의 속사정을 살펴보는 마지막 순서로 탑승수속과 출·도착 지원 등을 하는 여객지원서비스 담당자들의 업무를 들여다본다.

◇ "승객 이탈을 막아라…2∼3중 확인"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여객지원서비스 업무는 크게 카운터 부서와 출·도착 부서로 나뉜다.

카운터 부서는 말 그대로 항공사 발권 카운터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승객의 예약 정보를 확인하고 신분확인을 거친 후 탑승권을 발급하는 업무와 수하물이 안전하고 정확하게 목적지까지 운송되도록 승객의 짐을 위탁받는 업무를 진행한다.

출·도착 부서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승객들이 예약한 항공편에 정시에 탑승해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업무를 한다.

마찬가지로 항공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정해진 도착장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하고, 위탁한 수하물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승객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다.

수많은 항공기와 사람들이 찾는 각국의 공항은 보안검색 또는 출국심사를 마친 승객과 공항 관계자를 제외한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보안구역(Airside)과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일반구역(Landside)으로 나뉘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낯선 공간일 수밖에 없다.

[제주공항 사람들] (21)"면세점 쇼핑하다 탑승 지연…매너가 좋은 여행을"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간혹 승객들이 보안구역 내에서 탑승구를 잘못 찾아 들어가 엉뚱한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난 2017년 5월 프랑스 국적의 A씨는 미국 뉴저지주 뉴워크 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려고 비행기를 탔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비행기 이륙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행 여객기의 탑승구가 변경됐는데 영어를 잘하지 못했던 A씨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당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사는 탑승구에서 A씨의 파리행 항공권을 받았음에도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아무런 제지 없이 들여보냈다.

설상가상으로 기내에서 자기 좌석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어 승무원에게 알렸더니 "비어있는 좌석에 앉으라"는 말이 돌아왔다.

해당 항공사는 사측의 잘못을 인정하고 A씨의 항공료를 전액 반납한 데 이어 파리행 유나이티드 항공기를 태워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과거 2006년 8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인천공항을 떠나 러시아 사할린으로 가려던 B(90)씨가 목적지인 사할린이 아닌 태국 방콕의 돈므앙 공항에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고령의 B씨가 일행과 떨어져 엉뚱한 탑승구로 들어가면서 원래 예약했던 국내 항공이 아닌 타이항공 여객기를 타고 태국까지 날아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전 세계 공항에서 일어나는 만큼 각 항공사는 탑승구 앞과 비행기 출입문 앞에서 승객의 목적지와 항공편명을 2∼3중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 탑승구가 변경될 때 안내 방송과 안내 문구 표시, 문자 안내 등 가급적 다양한 방법으로 안내한다.

[제주공항 사람들] (21)"면세점 쇼핑하다 탑승 지연…매너가 좋은 여행을"
◇ 항공사 직원 속태우는 승객은
하루에 수많은 승객의 탑승 수속 업무와 출·도착 안내를 하는 만큼 다양한 승객들을 접하게 된다.

대부분의 승객은 항공사 안내에 따라 별 문제 없이 항공기를 이용하지만 간혹 항공사 직원들의 속을 태우는 승객들이 있다.

제주항공 지상조업 자회사인 'JAS'에 따르면 몇 가지 대표적인 승객 유형이 있는 데 우선 '불만 토로 선동' 유형이다.

제주도는 태풍과 폭설로 인한 천재지변과 변덕스러운 날씨, 강한 비바람의 영향으로 항공기 결항과 지연운항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항공기가 지연 운항하게 되면 출발 시각이 변경되고 이후 항공기가 연쇄 지연 운항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곤 한다.

또 해당 탑승구에 다른 항공기가 운항하게 돼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안내된 탑승구 변경으로 이어진다.

이때 일부 승객은 탑승구 변경 자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앞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사의 경우는 해당 승객에게 제대로 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됐지만, 이 경우는 안내가 제대로 이뤄졌고 기상악화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임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항공은 올 때마다 이래!", "매번 이런 식!", "왜 사람을 오라 가라 하냐!"라며 탑승구 변경을 안내하는 직원에게 큰소리로 불평하며 위화감을 조성하고 다른 승객들을 선동하곤 한다.

이런 승객들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항공사 직원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

[제주공항 사람들] (21)"면세점 쇼핑하다 탑승 지연…매너가 좋은 여행을"
두 번째는 '지각쟁이 면세점 쇼핑족' 유형이다.

제주공항에는 내국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지정면세점이 있는데 일부 승객은 면세점에서 쇼핑하느라 비행기 출발 시간이 된 줄도 모르고 쇼핑에만 열중하곤 한다.

항공사는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이나 기체 이상이 없는 한 항공기가 제시간에 이륙하도록 정해진 탑승 절차를 준수한다.

항공사마다 또 국제선·국내선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제주항공은 국내선의 경우 항공기 출발 30분 전에 발권과 같은 탑승수속을 마감하고, 출발 20분 전에 탑승 안내 방송과 함께 탑승을 시작한다.

15분간 승객 탑승이 이뤄진 뒤 출발 5분 전에 비행기 문을 닫는다.

만약 출발 5∼10분 전 탑승구 앞에 대기 승객이 없는데도 비행기에 타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그럼에도 나타나지 않는 승객이 발생하면 소위 '파이널 콜'(final call)이라고 해서 비행기 출발시각까지 해당 승객을 찾다가 비행기 문을 닫는다.

이 모든 과정이 순서대로 이뤄지지만, 가끔 안내방송과 휴대전화 벨 소리도 듣지 못한 채 면세점에 머물다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해당 승객이 위탁수하물을 맡겼을 경우 화물칸에 실었던 짐을 다시 내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20∼30분의 시간이 지체된다.

승객 없이 짐만 싣고 비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주공항 사람들] (21)"면세점 쇼핑하다 탑승 지연…매너가 좋은 여행을"
세 번째는 '음주족' 유형이다.

출발장 탑승구에서 대기하는 동안 면세점에서 산 양주를 마시는 승객들이다.

대체로 단체 관광 온 승객들이다.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일 때는 탑승구 안에서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었지만,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한 뒤부터 이 같은 승객이 다시 늘고 있다.

항공사 측에서 이를 제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가급적 "과음하지 말아달라"는 등의 안내를 할 뿐이다.

비행기 안은 지상과 비교해 기압이 낮고 산소도 적어 사람이 비행 중에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는 '내가 누군 줄 알아' 유형, 할인을 위해 필요한 증빙서류를 가지고 오지 않아 추가 요금이 발생할 경우 문제를 제기하는 '다른 항공사는 다 해줬는데' 유형 등이 있다.

제주항공 지상조업 자회사인 'JAS'의 김경민 주임은 "하루에 많게는 수천 명의 다양한 승객들을 맞이하는 만큼 다양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지만, 매일 새로운 느낌으로 업무에 임한다"며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도 매 순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신속하고 안전한 탑승을 도와드리고 있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으시는 만큼 제주공항은 늘 붐비고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공항으로 나와 여행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