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법파업 조장하는 사법부의 친노동 판결
“대법원이 우리 민법의 기본원칙을 부정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공동 불법행위자 모두에게 발생한 손해 전부를 책임 지우는 원칙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지난 15일 불법 쟁의행위를 한 조합원의 책임 비율을 법원이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판결 직후 산업계에선 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원별로 개별적 책임을 묻도록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시행된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판례가 생겼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입장만 다를 뿐 야권과 노동계 역시 이번 판결의 의미를 똑같이 받아들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입증했다”고 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단체는 “노란봉투법 입법이 탄력받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파장이 커지자 대법원은 선고 나흘 만인 19일 갑자기 ‘해당 판결은 노란봉투법 입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 진화에 나섰다. 대법원은 “책임 비율은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평의 원칙에 따라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개별 조합원에 대한 입증 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해석은 판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법원행정처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 “(판결에 대한 잘못된 주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 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날을 세웠다.

대법원의 이론적 판단이 어찌 됐든 현장의 이해관계자들은 이번 선고를 노란봉투법 도입에 준하는 판결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의 주장대로라도) 책임 비율을 결정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부담이 늘어난 게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오히려 “판결을 제대로 이해 못 한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민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지난 6년간 ‘친노동 일변도’ 판정을 쏟아내며 논란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사법의 정치화’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새 대법관·대법원장 인선을 계기로 사법부가 바로 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