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판결 사흘만에 두번째 보도참고자료 내고 재강조
노동장관 "최근 대법원 판결, 노란봉투법 근거 될 수 없어"
노동 당국이 최근 대법원 판결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과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노란봉투법'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자 주무 부처로서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예정에 없던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해당 판결이 노조법 개정안의 근거라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밝혔다.

앞서 노동부는 판결이 나온 지난 15일 사실상 같은 내용의 한 장짜리 보도참고자료를 냈는데, 사흘 만에 여섯 장짜리 상세한 보도참고자료를 내 부연 설명에 나섰다.

노동부는 "현행 민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다수의 노조 조합원이 불법파업을 한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다수의 노조 조합원이 공동으로 연대해서 져야 한다"며 "노조법 개정안은 이 같은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부진정 연대책임)을 부정하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특별히 손해액을 개별적으로 일일이 산정하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이번에 나온 판결은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자는 여전히 공동으로 연대 책임을 지고, 공동불법행위자의 손해배상액을 경감해주는 책임 제한 비율, 즉 공동불법행위자(가해자)와 사용자(피해자) 사이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액에 대한 분담 비율을 공동불법행위자 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따라서 해당 판결은 부진정 연대책임의 예외를 규정한 노조법 개정안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고 결론 지었다.

그동안 수 없이 '노란봉투법'의 부당함을 주장해온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직접 나섰다.

이 장관은 보도참고자료에서 "해당 판결은 노조법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우리 노사관계는 법을 준수하는 상생의 관계를 지향해왔는데, 이러한 노력을 후퇴시켜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방식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에 대한 국회에서의 심도 있는 논의를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4명의 조합원이 20억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공동으로 물어내야 했다.

하지만 판결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구체적 심리가 이뤄지고 나면 가담 정도가 낮은 조합원은 부담 액수가 대폭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와 야당은 대법원이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확인해줬다며 환영했다.

반면 여당은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이 미래 세대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주도로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본회의로 직회부됐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이 법이 시행되면 '파업 만능주의'가 만연해 산업 현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이 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