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제 이야기
미국의 5월 비농업 일자리 수가 33만9000개 늘었다는데 같은 기간 실업자 수는 44만 명 증가했다. 이상한 일이다. 기술기업들은 직원을 해고하고 있는데, 요리사와 계산원은 부족하다고 한다. S&P500지수는 최근 강세장에 진입했지만, 상위 7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 주가는 올해 들어 대부분 하락했다.

시장의 희망은 AI

지금 우리는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최악의 경제와 최고의 경제가 공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이 상황을 호전 또는 악화시킬까?

몇 가지 악재가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재무부는 국채 경매를 통해 1조달러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 누가 매입해 줄 수 있을까? 양적 긴축 중인 미국 중앙은행(Fed)은 여력이 없다. 이미 포트폴리오에 2조2000억달러어치 국채를 담고 있는 미국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예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하면서 은행들은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위험하다. 도시 오피스 공실률이 50%에 육박해서다.

반면 인공지능(AI) 업계 상황은 정반대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그래픽 프로세서, 챗GPT 등은 호황을 맞았다. 미국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겼다. AI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AI를 내세운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주의할 필요는 있다. AI 관련주는 새로운 밈 주식이 됐다. 주가 상승 폭이 실적 증가율을 한창 앞질러나가고 있다. AI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더 발전해야 한다. 챗GPT가 부정확한 정보를 생산한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GPT는 사용자 1억 명을 확보했다.

지금 우리는 ‘절망스러운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는 걸까? 고금리, 미국 국채의 대규모 발행 부담, 소비 위축에 따른 개인의 보유 통화량 증가, 시한폭탄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 기업의 실적 부진 등이 문제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음 대선 경쟁 등도 추가할 수 있겠다.

아니면 ‘희망에 찬 봄’을 맞은 걸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이제 터널의 끝에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미국은 그래도 다른 나라들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화이트칼라 해고와 블루칼라 부족 문제도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은행 위기도 안정됐고, 생산성 증대도 기대된다.

악재와 호재가 공존

재택근무, 생성형 AI, 교육 등에서 실험적인 시도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등 여러 산업에서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인 ‘비전 프로’ 같은 새로운 도구가 적용될 것이다. 이런 혁신 중 상당수는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혁신은 빠르게 확산한다. 이것이 바로 경기 순환의 원동력이다.

결국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변동성지수(VIX)를 보면 안정에 대한 기대가 커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큰 폭의 하락이나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A Tale of Two Economie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