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일정 연기 가능성…"묶어서 보도할 수도"
북, 상순 개최 예고 당 전원회의 아직 '잠잠'…배경에 관심
북한이 이달 '상순' 당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했지만 16일 오전까지 북한 매체에서 보도가 나오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조선중앙TV 등 관영 매체에서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 소식은 보도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이 일반적으로 주요 행사 소식을 개최 다음 날 새벽에 보도해온 전례에 비춰보면 전날까지 행사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앞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은 지난달 말 회의를 열고 6월 상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상순은 1일부터 10일까지지만, 북한이 한 달을 상·하순으로 나누기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10일 이전, 늦어도 15일까지는 회의가 열릴 것으로 관측됐으나 아직 잠잠한 상황이다.

2004년 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펴낸 '조선말사전'의 '상순' 항목을 보면 '한 달을 셋으로 같이 나눈 첫째 번이 되는 기간'이라는 뜻과, '한 달을 둘로 똑같이 나눈 첫째 번이 되는 기간'이라는 뜻이 함께 실려 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제3차 전원회의 때는 이번처럼 6월 상순에 소집한다고 예고한 뒤 15일 개막해 16일부터 보도를 시작했다.

2022년 제5차 전원회의는 6월 상순으로 예고한 뒤 8일 회의에 돌입하고 9일 이를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안팎의 사정으로 회의를 연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실패로 상반기 사업 성과를 평가하려던 전원회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을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당 제8기 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2023년을 "전쟁동원 준비와 실전능력 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번 위성 발사 실패로 지시가 완수되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이에 대한 대응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필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위기감'에 회의 일정이 조정됐을 수도 있다.

북한은 한미의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에 반발해 전날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예정됐던 전원회의를 미룸으로써 '엄중한 정세'를 주민들에게 부각하고 이달말 부터 시작되는 '반미투쟁월간'을 통해 경각심을 고취해 사회적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북한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12개 중요고지'에 대한 상반기 평가가 아직 만족할 수준으로 마무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노동신문은 전날 보도에서 "형식주의, 요령주의는 겉치레나 눈가림식으로 인민을 속이고 혁명에 해를 주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사무실에서 통계숫자를 받아 기록이나 하고 기계적으로 평가 사업을 진행"하는 간부들이 있다며 형식적인 평가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회의에 돌입했으며 전원회의 보도 방식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지만, 회의 내용 전체을 묶어서 추후 보도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어 보인다.

제8차 당대회 기간 하루에 끝난 1차 전원회의를 제외하고 제8기 2∼7차 전원회의는 짧게는 3일부터 길게는 6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이 회의 일정을 연기했다면 나름의 결정 과정이 있을 텐데 아직 공개된 것이 없다"면서 "조만간 회의 일정 일부나 전체를 묶어서 보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노동당 전원회의는 당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대내외 주요 정책을 논의·의결하는 자리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총비서 자격으로 주재한다.

앞서 북한은 이번 회의에 대해 "2023년도 상반년 기간 당 및 국가행정 기관들의 사업정형과 인민경제 계획수행 실태를 총화(결산) 대책하고, 우리 혁명 발전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북, 상순 개최 예고 당 전원회의 아직 '잠잠'…배경에 관심
/연합뉴스